붉은 뱀 - 히노 히데시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1
히노 히데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첨에 이 책을 봤을땐,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었다. 사실 그림체도 그렇고 이야기도 도무지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노 히데시. 일본 만화계쪽에서는 무척이나 유명한 작가인 듯 하지만, 나로선 처음 접하는 작가인지라 호기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 호러 만화라고 하면 이토 준지를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나였기에 새로운 작가의 책을 본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나 마찬가지다.

붉은 뱀은 거대한 나무로 둘러싸인 미궁과 같은 집에 사는 일가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조부모, 부모, 누나, 그리고 소년.
소년은 늘 이 집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왜인지 숲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몇 시간씩 헤매다 보면 늘 집 앞에 와 있게 된다.
그리고 집안도 구석구석 거울이 세워져 있어 그곳을 지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할아버지의 말로는 그 거울은 요괴가 나올 수 없도록 봉인해 둔 것이라 하며, 그 거울 너머에는 지옥의 문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는 음... 이해가 되는 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후로 나오는 가족들의 모습은 나의 이해 범위를 넘어 갔다.

닭의 분장을 하고 나뭇가지로 둥지를 만들어 닭 행세를 하고 있는 할머니, 아버지는 그런 할머니에게 늘 달걀을 가져다 준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와의 관계도 미묘하다. 할아버지의 턱에 있는 혹을 늘 주물러준 후 피고름을 짜내는데, 내게는 그것은 일종의 근친상간을 완곡하게 표현해 놓은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나중에 할아버지의 혹에서 나온 피고름이 어머니의 얼굴에 뿌려지는데, 그후 어머니는 임신을 하게 되고 괴물같은 아이를 낳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할머니와 아버지 역시 묘한 관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른 가족에 대한 할머니와 아버지의 적대감, 또한 할머니가 사라진 곳에는 커다란 알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국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반목으로 서로를 죽이게 되는데, 이건 아버지의 마더 컴플렉스, 혹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선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를 몰랐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가족간의 근친 상간을 표현하는 듯한 장면도 충격적이지만, 누나 역시 처음엔 벌레, 나중에는 뱀과 마치 교합을 하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울을 지나서 집안 깊숙이 들어가면 나오는 지옥문. 아마도 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은 지옥의 안쪽이 아닐까. 지옥문을 열고 지옥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은 죄로 인하여 지옥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형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윤회를 거듭해도 자신의 죄를 씻지 못하고 똑같은 죄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가족들. 그들에게는 더이상 구원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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