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water and a sand hill
이마 이치코 지음 / 하이북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일단은 BL물이라고 해서 구입을 했다. 근데, 읽으면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첫번째 작품인 flowetr - 바람꽃(風花)의 경우엔 억지로 맞춰 보면 BL물이란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러나 이게 시작 부분인지 아니면 중간 부분인지를 몰라 두 번을 읽은 후에야 대충 감이 잡혔다. 게다가 다음회에 계속이라니!!!! 어질어질하다... (다음편을 볼 수는 있는 건지...)

일단 그런 걸 젖혀 두고 작품들만을 보면 꽤나 괜찮다.
flowetr - 바람꽃(風花)은 <연문>이란 사소설을 쓴 마츠나가 토키라는 작가의 과거를 추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내용이 너무나도 사실적이라 그 소설에 등장하는 소년이 마츠나가 토키가 아닐까하는 의혹을 가진 한 남자.

<연문>이란 소설의 내용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근친 상간과 존속 살해등 세상의 눈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 소설의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water - 수용성(水溶性)은 본가의 아들이 죽은 후 첩의 소생이 낳은 사생아가 본가로 들어오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미 대학생인 하루히코는 그 집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가 힘들지만 죽은 형의 그림자가 될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 집의 딸인 아키는 모범생에다가 용모 단정한 소녀이지만 너무도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소녀. 밖에서 굴러 들어온 돌과 온실의 화초였던 두 사람의 선택은?

sand hill - 모래언덕(沙丘)은 한 집안에 얽히고 설킨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의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사랑이란 게 얽히면 이성적이 될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힌 어른들의 사랑에 그후에 태어난 아이들이 고통을 겪는다. 사랑이 죄냐고 묻는다면 이런 경우엔 당신들의 사랑은 죄라고 하고 싶다.

세 편 모두 다크한 분위기이다. 이마 이치코라고 하면 백귀야행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런 스타일의 만화를 그릴줄은 몰랐다. 근친상간, 존속살해 등 가족이란 말이 가지는 따뜻한 느낌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어두운 그림자들을 잡아냈다고 할까. 물론 water - 수용성(水溶性)의 마지막은 새로운 희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도전으로 끝나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어둡고 음울하다.

특히 마지막 sand hill - 모래언덕(沙丘)의 경우 서로를 좋아하던 세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밝혀졌을때 꽤나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랑이란 건 한없이 아름다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어둠과 얽히면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BL물이라 생각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작품 자체는 굉장히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충격적인 관계들이나 사건들로 점철되어 있지만, 인생이란 늘 밝은 면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기에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게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림체를 보면서 언뜻언뜻 쿠니에다 사이카의 그림체와 닮았다는 걸 느껴는데, 왠지 그럴땐 기분이 이상하다. 물론 서너 장면이 그랬지만.....

이마 이치코의 <flower, water, and a sand hill>은 독특한 작품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틀림없이 만족스러워할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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