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슬립 Cold Sleep - 단편
코노하라 나리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만약 사고로 인해 자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도 세상에 첫울음을 터뜨린 아이처럼 무섭고 두려울 것 같다.
모든 풍경이 낯설고, 모든 사람이 낯설고, 자신조차 낯선 존재로 느껴진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콜드 슬립의 주인공 타카히사 토오루는 교통 사고로 모든 기억을 잃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 그를 돌봐 주는 것은 후지시마라는 6살 연상의 남자이다. 그러나 후지시마는 토오루의 과거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원래 과묵한 성격이긴 하지만, 유난히 토오루의 과거에 대해서만은 침묵을 하는 그. 도대체 토오루의 과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자신이 몇 년을 살아왔든 간에, 자신이 어떤 인간이었든지 간에, 자신의 과거가 깡그리 사라진다는 것은 무척이나 두려운 일 같다. 게다가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은 자신의 친구라고 하지만 나이 차이도 있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입을 꽉 다물어 버리니, 토오루는 두렵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콜드 슬립은 토오루의 기억상실과 그후 후지시마의 집에서 후지시마의 보살핌을 받는 이야기가 위주가 된다. 즉, 현재의 일이 위주가 되는데, 토오루가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전에 살던 곳이라든지, 전에 다니던 직장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현재와는 영 딴판의 자신의 모습에 토오루는 자괴감을 느끼고, 게다가 후지시마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침묵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감과 동시에 불만을 함께 느낀다.

과연 후지시마는 왜 토오루를 보살펴 주는가. 후지시마는 토오루의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길래 토오루에게 그토록 헌신적인 것일까. 보통 생판 남이라면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고, 친구라 해도 이렇게까지 헌신적이지는 못할 것 같다. 게다가 토오루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일까지 한다는 건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되기 어려울 정도이다.

처음엔 남처럼 데면데면했던 둘도 토오루의 노력으로 조금씩 가까워져 간다. 하지만, 후지시마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불안하게 하는 것이며, 무엇이 그를 침묵하게 만드는 것일까.

콜드 시리즈 제 1편인 콜드 슬립은 내 머릿속에 의문만을 가득 채웠다. 특히나 후지시마가 토오루를 위해 목숨까지 걸던 장면에서는.... 그 일을 통해 토오루의 과거 행적이 조금이나마 밝혀지지만, 여전히 토오루의 과거의 대부분 암흑에 싸여 있는 채로다.

후지시마의 성격 자체가 워낙 조용조용한 성격이라 둘 사이에서는 커다란 반목이나 마찰을 찾아보긴 힘들지만, 토오루가 후지시마에 대해 가진 불신과 어색함이 조금씩 풀려가는 장면은 고요히 흐르는 물을 바라 볼 때처럼 편안하고 느긋한 느낌이 들어서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특히 케이크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후지시마의 모습은 의외였다고나 할까.

아직은 출발 선상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과연 2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과연 토오루는 후지시마와 어떤 인연으로 묶여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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