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목소리 이토 준지 스페셜 호러 1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를 참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예전 토모에 시리즈와 소용돌이 시리즈를 읽으며 공포물의 재미를 만끽했건만, 언젠가부터 공포물이 아닌 다른 장르의 만화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나와 멀어진건 사실이다.

독특한 소재와 그림, 그리고 묘한 스토리는 이토 준지 만화의 특징이다. 물론 잔인한 면도 빼놓을 수가 없지만.

어둠의 목소리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거식증에 걸린 여자와 그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이야기를 담은 피를 마시는 어둠, 사람을 웃게 하다가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개그 콤비 이야기 골든 타임의 유령, 오래전 일어난 댐 붕괴 사고로 인한 홍수의 환상이 계속되는 굉음, 이상 야릇하고 공포스러운 유령의 집을 그린 도깨비집의 비밀, 고깃집을 운영하는 가족의 끔찍한 비밀이 담긴 글리세리드, 죄책감이 속박으로 표현되는 속박인, 그리고 진심으로 용서해 줄 때까지 계속 찾아오겠다는 사형수의 생령이 등장하는 사형수의 벨소리까지.

어딘가에서 일어날 법한 그런 일상적인 일들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비일상적 공포, 그리고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어두운 단면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나타나는 공포까지, 이토 준지가 만들어 내는 공포는 과학과 문명만으로는 설명하기 유령에서부터 사람이 만들어내는 어둠과 공포스러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표출된다.  

굉음과 속박인의 경우 후회와 죄책감을 소재로한 공포물인데, 오싹한 공포는 아니지만, 이런 일은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이 나타나는 방식은 이 만화에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를지라도 말이다.

피를 마시는 어둠은 공포물의 고전적 소재인 흡혈이란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그것이 거식증에 걸린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와 맞물려 새로운 공포의 세계의 문을 연다. 오싹하기도 하지만 왠지 안타까운 느낌이 많이 드는 단편이었다.

도깨비집의 비밀 같은 경우는 우리가 여름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유령의 집이란 걸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더 끔찍하다. 자신의 가족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사악한 인간은 오히려 악귀에 가깝다. 게다가 더 끔찍한 것도 기다리고 있다. (그건 직접 확인하시길..)

글리세리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징그럽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고.. 하여간 이런 저런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일곱편 모두 독특한 소재로 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지금은 비록 공포물이 어울리지 않을 추운 계절일지도 모르나, 공포물은 오히려 긴긴 겨울밤의 어둠속에서 읽어야 제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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