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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도 쉬셨습니다
페터 아벨 지음, 임정희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이 책을 몇 년 전에 구입해 읽었을 때는 내게 와 닿는 내용이 딱히 없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울증이 심하고 불안이 높은 건 다르지 않지만, 오히려 지금 읽었을 때 좀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샀던 책은 처분해서 없고 요번에 다시 서평도서로 받아 읽게 되었다. 사실 다른 책을 선택한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잘못 선택해서 이 책이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요즘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집에서도 성당에서도 잘하려고 노력하니 더 많은 요구를 해 오고 나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이 많은 분들에게 괜히 민폐 끼치는 일이 없도록 내가 더 일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더 많이 해야 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내가 그 부분을 이야기하면 “에스텔이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또, 나는 묵주를 조금 만들 줄 안다. 2022년부터 하나둘씩 만들어 성당의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를 반복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묵주를 사용하려면 신부님에게 축복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웬만하면 내가 다 축복을 받아서 드리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많은 경우는 받는 분들이 알아서 다 축복받아 쓰시는데 어떤 분은 내게 축복 받아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나는 주는 걸 좋아해서 없는 형편에도 생각나는 분들, 고마운 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드리곤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내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마치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마치 내게 뭘 맡겨두신 것처럼. 성체조배회 조장도 그래서 내려놓았고, 블로그에도 나의 날 것 그대로 감정을 드러내 버리고 말았다.
대충 이런 상황이어서, 이 책이 더 강하게 와 닿지 않았던가 생각해본다. 비록 잘못 체크해서 도착한 책이지만, 하느님께서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보낸 게 아닌가 싶다. 나 자신을 좀 더 돌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상황을 내 좁은 기준에서 바라보지 말고 하느님의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모든 상황을 저의 좁은 시야로만 바라보다가 하느님의 넓은 마음씨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는 우울증이 심해서 넓게 바라보지 못하는 장애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잘 알고 계시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