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미안하다
김용태 지음 / 생활성서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스스로를 늘 약자처럼 살았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폭력과 멸시, 비난과 지적에 시달리면서 단 한 순간도 가해자들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성인이 돼서 사람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내쳐지고 비난받는 쪽은 언제나 저였고, 지금까지 용서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해와 포용을 겪어본 적이 없고 오히려 그런 것들을 실행하라고 강요받았습니다.

이런 저에게 2차 가해를 일삼는 사람들이 주변에 널렸습니다. 저의 상처를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며 못 박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어쩌면 저에게 위해를 가했던 이들과 한 패거리일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금까지 못 죽고 사는 건 소수이나마 저의 감정과 상태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이해해 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은 제 나이 이십 대 중후반부터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포용성이 낮고 폭력성이 높은 환경에서 자란 저를 이해해 주신 분은 아쉽게도 성당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성당에는 제가 얼른 자살하여 삶을 마감하길 바라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저의 이런 무거운 마음을 가벼운 장난이나 쇼로 취급하고 깔깔댑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복지관에서 조금씩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데에는 신앙인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비록 성당에는 없지만 성당 이외의 장소에서 좋은 분들을 제 주변에 많이 두신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실 성당 이외의 장소에서는 무던하고 순한 분들을 찾기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저는 하느님께 큰 은혜를 받은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성당에 저보다 더 잘살고 돈도 많은 분들이 압도적이어서, 저 같은 사람은 그냥 지나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오만하고 이기적으로 변질될 뻔한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무조건 수혜자여야만 한다는 잘못된 마음을 내려놓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저도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적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미안해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