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손희송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8월
평점 :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님은 사제 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여러 편의 글을 써 오셨다. 그렇게 글이 모이고 보충되어 이 책이 나왔다. 2011년에 출간이 되었고 재작년에 개정판이 나왔다고 한다. 나는 2011년에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개신교였는데, 같은 개신교였던 언니 오빠들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고 상처를 받던 시절이었다. 그런 내가 개신교 신앙을 저버린 때는 2014년이었다.
다시는 하나님(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한다)을 믿지 않겠다고, 개신교 교회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오랫동안 다짐했다. 그러나 2016년 대학원에 입학하여 학교에서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가톨릭 신자였다. 선생님께서 착용하고 계셨던 묵주반지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가톨릭 신앙인이 된 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9년이었다. 20대의 마지막에 세례를 받았고, 서른 초반에는 견진까지 받았다.
하느님은 몇 년의 세월을 거쳐 나를 불러들이셨다. 개신교 시절에는 내 노력으로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가톨릭 신앙을 접하면서 그런 과거가 덧없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금은 내가 굳이 관계에 집착하지 않아도 나의 신앙생활에만 충실하려고 노력하여도 많은 교우님들이 나를 알은체해주시고 반가워해주신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긴 덕분이다.
나의 내면에는 비교 의식과 열등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청년회 활동을 잠깐 했을 때 또래들이 전례 준비를 하며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스스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게 부끄러웠다. 다들 신앙심이 깊고 잘하는데 나만 신앙생활이 힘들어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이 어느 순간 의무와 중압감으로 다가왔던 탓이다. 지금은 청년회를 안 나간 지 6개월이 넘었고 성체조배회 조장만 하고 있다. 오히려 자유롭고 편안하다.
신앙생활은 누구와 경쟁하거나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먼 훗날 우리가 하느님 앞에 나섰을 때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너는 네가 되었느냐?”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에스테르야, 너는 네 자신으로서 살아왔느냐?” 나에게는 아직 그런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지 못하였다. 그동안 남들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느끼고 한탄하거나 교만에 빠진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저 맥락 없이 횡설수설할 나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쥐구멍에 숨고 싶다.
하느님께서 다시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나는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된다. 마치 민수기에 나오는, 고기와 반찬이 없다고 투덜대던 이스라엘 민족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하느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느님은 성마르고 예민한 나를 유하게 바꿔놓으셨고, 타인을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도록 바꿔놓으셨다. 나의 인간적인 감정들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 이것이 체험이겠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요약하거나 정리하며 평가하는 것보다 나의 체험으로 갈음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교님의 수십 년간의 신앙 수기를 모은 글에 알량한 신자일 뿐인 내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엔 역부족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책을 읽으면서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고 체험한 부분에 대해서 나누고 싶었다. 비록 신앙연수가 짧아서 긴 세월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체험이나마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나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