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 말기 암 어머니의 인생 레시피
강제윤 지음 / 어른의시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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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 중 아픈 사람이 있을 때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정성어린 간병과 진심어린 경청 정도일 것이다. 그 누구도 대신 아파줄 수 없어서 가슴이 아플 뿐이다. 우리 집에도 아픈 사람들이 있어서 이 책의 작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다만 나는 그걸 알면서도 짜증을 조금 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끄럽다.

그의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2년 정도만 다니고 곧장 일을 해야 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모진 세월 다 겪고 나니 구강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의 큰아들은 그런 어머니 곁에서 기쁜 마음으로 병간호를 했다. 어머니는 식음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큰아들을 위해 여러 가지 요리를 하셨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였다.

큰아들은 어머니의 요리를 따라해 보려 하지만 어머니의 손맛은 따라잡지 못했다. 어머니는 맛을 내기 위해 이런저런 조언을 하셨고 그제야 어머니의 손맛이 나온다. 어머니는 떠나기 직전까지 아들에게 신세지기 싫어하셨다. 큰아들이 자신의 병수발을 하게 되어 많이 미안해하셨다. 아들은 전혀 미안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결국 아들의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되었다. 장례식이나 제사 없이 추모 의례만 치러졌다고 한다. 어머니의 유골은 아들이 간직했다. 일평생 남들에게 피해 주기 싫어하셨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렇게 하셨다. 어머니는 비록 곁을 떠났지만 아들의 마음속에는 어머니가 영원히 깃들어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면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올 때 폭력적으로 변하게 마련인데 작가의 어머니는 여생을 마칠 때까지 유순하고 다정하셨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어머니 나름의 의식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건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작가는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세상에 다시없는 인생 수업을 들었다. 어머니를 간호한 그 시간들을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기쁨과 행복으로 여긴다.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더 오래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진정한 효도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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