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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내게 말을 걸다 - 성경 묵상 글 쓰기를 통한 심리 치유
배성연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1월
평점 :
요즘 심리학에 작은 관심이 생겼다. 학부 때 심리 책을 멋모르고 집어 들었다가 어렵고 난해해서 그대로 반납해버렸는데 나이가 드니까 심리 공부가 재미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와 똑같은 책을 서른이 넘어서 다시 샀다. 부끄럽게도 아직 20퍼센트도 채 읽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언젠가 꼭 집중해서 읽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은 성경 묵상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심리를 치유하는 내용이다. 작년에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한 예수님처럼 말하는 법을 다룬 책의 서평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성경을 묵상하면서 글을 쓰기다. 저자는 여러 자매들과 성경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의 자신을 돌아보고 글을 쓰면서 마음을 치유해 나갔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하느님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걸 주셨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가 겪은 상처와 고통 시련들이 하느님의 계획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나도 상처와 폭력 학대를 겪을 대로 겪었던 터라 이 사실이 그리 달갑지는 않은데 어쨌든 그렇다. 나에게는 지금까지도 과거의 환청이 들리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왔던 저자와 정 반대의 삶을 살아왔던 나는 무시와 경멸에 익숙해져 있었다. 천성이 악해 나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는 말도 들었다. 자연히 공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고 대학교도 1년 재수하게 되었다. 그래도 한 해 늦게 입학한 대학에서 성적이 잘 나와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숨통이 트였다.
대학원에 입학한 후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불안하거나 짜증이 나는 일은 없어졌지만 혼자 있을 때 과거가 떠오르면 그 때 그 장면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더 놀라운 건 당사자들은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오랜만이네?” 라고 하거나 더 심하게 조롱한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같은 대학에서 조우해 총장님께 메일로 제보하여 학생복지처에서 처리 완료한 상태다.
저자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에 입각하여 성경을 묵상하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의 인생도 돌아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프로이트의 성적 발달 단계가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성기기에서 끝나는 반면 에릭슨의 경우 노년기에 해당하는 자아통합 대 절망 단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저자는 아직 노년의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여러 연구를 토대로 노년기를 보내는 방법을 마지막 장에서 정리하고 있다. 나는 저자보다 훨씬 어리지만 어쨌든 노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어리다면 어리고 많다면 많은 나이에 해당하는 서른 초반에 나이듦을 공부할 수 있음은 축복이라 여기고 싶다.
이 책은 한 번만 읽고 처박아두면 안 되고 여러 차례에 걸쳐서 틈 날 때마다 읽기를 추천한다. 원래는 이 문장을 맨 처음에 쓰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다음 문장을 이어쓰기가 어려워져 뒤로 미뤘다. 나도 두 번 완독한 후에 서평을 쓰고 있다. 성경 묵상과 심리에 관심이 있다면 필수로 읽어야 할 것을 강하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