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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 또 쓴다 - 문학은 문학이다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평점 :



이 책의 제목도 좋았지만 책 소개가 참 인상 깊어서 선택하였다.
‘삶과 세상을 읽다. 솔직하고 담대한 고백.’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름다운 문학도 좋고 흥미로운 SF도 무척 흥미롭지만
이렇게 담대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간 수필집이 유독 끌린다.
일단, 첫 페이지를 읽을 때부터 이 수집은 참 문체가 무심하지만 다정하게 우아하지만 날카롭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랬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끌려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박상률 저자의 책은 처음 읽어보지만 이 책을 통하여 앞으로 그가 쓴 많은 글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책소개를 찾아보니 ‘쓴다 또 쓴다’는 수십 년간 박상률 저자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과 더불어 지난 몇 년간 신문, 잡지, 웹진, 페이스북 등에 쓴 글을 한데 엮었다고 한다.
이미 박상률 저자는 많은 문학작품으로 문학계에서 좋은 작품을 출간하였으며 한국 문학을 선두에서 이끄는 작가로 손꼽힌다고 한다.
그의 실제 삶 속에서 얻은 문학의 자양분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수필집이라는 점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연륜을 느낄 수 있는 강단 있는 문장과 글의 흐름, 그리고 날카롭게 그려내는 문장이 그의 글을 더 돋보이도록 해주었다.
한편의 수필을 읽을 적 마다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여운과 느낌이 계속 남았다.
사실, 허구와 가상으로 그려낸 소설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수필을 쓴다는 것이 잘
알려진 작가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일까 생각이 들었다.
읽는 동안에도 작가의 개인적인 상념과 생각 그리고 삶이 많이 묻어나있는데 작가는 아무리
작품으로 말하는 법이라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일수록 작가 자신을 이야기하는 글은 참 부담스러운 일이겠다 라고
느낀 것 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점은 독자의 입장에서 본 그의 삶은 전혀 낯설지 않고 친숙했다.
물론 연륜이 묻어나는 그의 글이 많은 교훈과 삶의 철학을 알려주는 묵직한 느낌도 있었지만
또 어떠한 글에서는 옆집 아저씨와 이야기 하는 듯한 가볍고 재미난 흥미로운 주제의 수필도
만날 수 있었다.
독자로 하여금 강약을 잘 조절하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기법을 통하여 참 재미난 수필집과 작가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더욱 이 글의 매력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이 수필집의 주제는 엄청 다양하다. 문학, 작가 본인의 ‘페르소나’ 진돗개, 또 다른 글은 그의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과 어떠한 삶을 살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조로운 주제들이라서 한 명의 글 잘 쓰는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까지 들었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글의 흐름과 문체가 .자연스러웠고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어떻게 써야 잘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저자의 글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다 묻어 있었다,
몇 가지 아름다고 기억에 남는 문단이 있어서 수록해본다.
특히 저녁노을에 대한 작가의 단상은 지금은 봄이지만 지난날 아름다운 가을저녁이 생각나는 글이라 이 책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단풍철에 단풍을 보노라면 꽃이 생각난다.
화려했던 꽃하고는 다른 아름다움!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도 단풍은 아름답다.
도저히 같은 나무라고 여겨지지 않을, 나무의 변신. 잎도 꽃도 없이 다 떨군 모습으로 겨울을 견디고, 봄이 되자 연초록 잎을 내밀고, 여름에 붉은 꽃을 피우더니, 가을이 되자 울긋불긋한 단풍잎을 가진, 나무의 변신. 이제 그마저 다 떨구고 겨울을 맞겠지. 단풍은 장엄한 저녁노을을 닮았다.
특히 바다 속에 집을 짓듯 바다 위로 저무는 석양. 아침이나 한낮의 태양이 흉내 낼 수 없는 저녁노을
사는 일도 원고 마감과 같다고 생각한다. 마냥 천년만년, 아니, 영원히 산다면 우리 삶이 절실할까? 죽음이라는 생의 마감이 있기에 살아 있는 동안 다 아등바등하는 것 아닐까? 단지 죽음은 삶의 등에 얹혀서 숨어 있다.
아니, 그림자이다. 좀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딱 한 번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나 그걸 알고 있다.
그러나 평소엔 죽음을 의식하지 않기에 남의 일이다. 죽음이 자신의 일이 되었을 땐 이미 그는 죽음을 어쩌지 못한다. 삶과 한통속인 죽음! 영원히 살 것처럼 굴지 말 일이다.
그래서 모든 종교에선 삶 이후의 삶인 죽음을 언급한다. 그렇다면 죽음은 삶만큼이나 중요하다. 오늘도 원고 몇 개를 ‘절박하게’ 써서 마감한다. 아니, 내 삶의 ‘절박한’ 하루를 마감한다]
이렇게도 주옥 같은 글이 많아서 이 서평에 다 담을 수 없는 게 아쉽다.
수필을 읽으며 저자의 작가 마인드 혹은 철학에 대하여도 많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되었던 어떤 한정만 시간에만 글을 쓰는 사람이기 보다는 언제 어디에서고 어디에라도 쓰는 사람이 진정 작가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말에 참 많은 동감을 하였다.
이 수필집을 읽으며 당장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어떠한 글이든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잔상을 글로써 옮기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고 의미있는 일인지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이 좋은 책을 만나서 참 기쁘다.
항상 곁에 두면서 글을 쓰는 일이 나태해지거나 귀찮아질 때 나 스스로 독려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가려 한다.
이 책의 작가처럼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