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p33

말해봐요……… 아, 왜 자꾸 사람 말을 듣고도 눈만 감고 있어요?
내 말이 틀렸어요? 형씨도……… 그러니까 형씨도 나랑 비슷한 거아니냐구요.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무서운 건 무서운 거 아니냐구요. 네? 내 말이 틀렸어요? 아, 나 참, 이 사람…… 아, 씨발 울지 좀 말고! 내가 그 아이폰 물어준다니까! 그게 맞죠?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죠?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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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통제하는 방법으로서 공포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는 죽음의 냄새를알았고, 죽음을 예측할 수 없기에 두려웠다. 그를 두렵게 하는 것은 죽음도 죽어가는 
것도 아니라 그 둘의 예측 불가능성이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던 중 그는 일 년 중 하루를 죽음에 바친다면 모두가 죽음을 제쳐놓고 나머지 날들은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식으로 그는 전국자살일을 제정했다.
p28

사람들은 그가 스스로의 삶에 내리는 평가를 받아들이든가 무관심하든가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무관심에는 어느 정도  경멸이 섞여 있었다. 스스로를 그렇게 심각하게 
죽으려할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참아줄 인내심이 그들에겐없었으니까. 결국 타르 베이비와 듀이들이 섀드랙의 ‘전국자살일에 처음으로 함께한 사람들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p65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필요한존재가 된다는 이 새로운 감정은 우정보다도 강했다. 
p124

"지옥의 진짜 끔찍한 점은 그것이 영원하다는 점이야." 술라가 한 말이었다. 그녀는 어떤 것이든 언제까지나 영원히 해야 한 다면 그것이 바로 지옥이라고 했다.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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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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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소설도 드물듯하다.
진정성...진심이 담길 수록 말은 적고 간결하다.
진심일수록 복잡할 이유가 없다.
입양..이방인.. 타인.. 가족에게 버려지거나..
타인에게 보호되어 보내지거나.. 그 마음 한구석 진심은 같은 무게
같은 아픔일지 모르겠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와 같은 하늘..같은 시간 속 그 아픔과
버거운 삶의 무게가 미안함으로 혹여나 어린 내가 던졌을지 모를 장난같은 돌팔매가 있지는 않았을까...
문주-복순-복희-연희...그리고 우주..
더이상은 다치지말고 아프지말고 행복하길...어디에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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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희의 죽음 앞에서 증인이 되기로 했던 다짐이 새삼 환기됐다. 조금 전 연희의 죽음을 지켜보는 역할은 다 수행했으니 이제 남은 건 그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함께 애도하는 일일 터이다. 이 세상에서 떠나는 연희를 제대로 배웅하는 것, 그것이 내게로 오는 너를 맞이하는 나의 방식이니까…….
p239

어떤 선택이든 이기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우주를 포기하는 것보다 우주를 담보로 외로움과불안을 감면받고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마음에 대해 말하는 미래의 어느 날들이 오히려 더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우주가 실패를 반복하며 좌절에 익숙해지고, 급기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텅 빈 사람으로 성장할까 봐 겁이 나기도 했지요. 
세상을 자신의 감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 구조 안에서 더 갖고 덜 누리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없고 타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구경꾼처럼 방관하는 살아 있는 유령 같은 어른이라면, 나는 그런 우주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걸까요.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우주가 나를 닮는 것, 나의 가장 외롭고 나약한 모습을 닮는것, 그것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헛되게 살다가 고독 속에서 죽는 것보다 태어나지 않은 채 소멸하는 쪽이훨씬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죠. 무책임하게 생명을 낳고 버린 뒤 잊는 사람을 온 힘을 다해 미워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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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집이니까요.

서영의 두 번째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p17

그러나 죄를 모른다는 건, 그 순진함 때문에 언제라도 더 큰 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49

"있잖아요, 왜, 사진의 접힌 부분 같은 거, 펴 본 뒤에야 전체 숏의 중요한 일부였다는 걸 알게 되는……. 내일 만남이 그런 과정일 수도 있을 거예요."
p144

이제 내게 추연희라는 이름은 복희 식당에서 노동하던 노년의 여성만을 지칭하지 않았다. 상실하면서도 꿈을 꾸던, 상처받았으면서도 그 상처가 다른 이의 삶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애를 썼던, 너무도 구체적인 한 인간이었다. 추연희, 1948년생,
백복희의 두 번째 엄마…….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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