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희의 죽음 앞에서 증인이 되기로 했던 다짐이 새삼 환기됐다. 조금 전 연희의 죽음을 지켜보는 역할은 다 수행했으니 이제 남은 건 그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함께 애도하는 일일 터이다. 이 세상에서 떠나는 연희를 제대로 배웅하는 것, 그것이 내게로 오는 너를 맞이하는 나의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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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이든 이기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우주를 포기하는 것보다 우주를 담보로 외로움과불안을 감면받고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마음에 대해 말하는 미래의 어느 날들이 오히려 더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우주가 실패를 반복하며 좌절에 익숙해지고, 급기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텅 빈 사람으로 성장할까 봐 겁이 나기도 했지요. 
세상을 자신의 감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 구조 안에서 더 갖고 덜 누리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없고 타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구경꾼처럼 방관하는 살아 있는 유령 같은 어른이라면, 나는 그런 우주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걸까요.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우주가 나를 닮는 것, 나의 가장 외롭고 나약한 모습을 닮는것, 그것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헛되게 살다가 고독 속에서 죽는 것보다 태어나지 않은 채 소멸하는 쪽이훨씬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죠. 무책임하게 생명을 낳고 버린 뒤 잊는 사람을 온 힘을 다해 미워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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