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나는 '가장 좋은 정부는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라는 표어를 진심으로 받아

들이며 그것이 하루빨리 조직적으로 실현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이 말은

결국 '가장 좋은 정부는 전혀 다스리지 않는 정부' 라는 데까지 가게 되는데

이말 또한 믿는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고전 '시민의 불복종'을 이번 기회에 읽은 것은 어쩌면

우주의 기운이 모아져서일까?

 마흔 셋 짧지 않은 삶에서 나는 일곱 명의 대통령을 만났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우리나라 대통령 이름쓰기' 문제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를 정확히 써서 맞췄던 초등 2학년을 기억한다. 아이들이 '두한' '두완'

'각화' '가카'라고 써서 틀리는 걸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지금 생각하면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맞닥뜨린 민주화 시위,

6.10민주항쟁 6.29선언을  보며 근처 대학교에서 날이면 날마다 터지는

최류탄가스에 치약을 콧구멍 아래 발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렇게 얻어낸 대통령 직선제를 영.호남으로 갈라진 야권이 군부독재 세력

노태우에게 대권을 넘겼고, 그뒤 영남이 YS는 3당 합당을 통한 현재 새누리의

전신인 신한국당을 창조한다. 그렇게 권력을 받아내고 기세좋게 시작한

문민 정부는 IMF라는 초유의 국가 부도사태를 맞이하며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야당 대통려을 만들어 주었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문민 정부 10

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매도한

보수는 끝내 경제사기꾼 이명방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온 나라를 공구리화

시키더니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구 년동안

우리는 정말 말도 되지 않은 일들을 겪었다. 민주화10년동안 당연하게

누려온 모든 자유는 생존 겁박을 통한 자기 검열로 족쇄가 채워졌고 나랏일에

함부로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겼다. 민중은 개 돼지 이므로.

  조금이라도 반대되는 발언은 친노 종북 좌파라는 편리한 주문으로 묵살

되었다. 불통도 그런 불통이 없더니 기어코 헌법위에 군림하는 사이비

교주의 지시를 받는 꼭두각시 대통령을 받들게 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뼈져리게 느꼈을 것이다. 자유는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고 그것을  고작 경제활성화와 바꾼뒤 얼마나 처참하게 짖

밟히고 헌법의 가치가 유린 되었는지. 너무 뒤늦은 후회가 아니길 바랄뿐이다.

 

 소로는 말한다. 비도덕적인 정부에 순응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나라가

수행하는 노예제도 와 멕시코 전쟁의 부도덕을 항의하며 세금을 내지

않고 감옥에 가는 모습처럼 저항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맞서라고 말한다.

 

-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

하는 일을 행하는 일이다.

 

-수치감 없이는 이 정부와 관계를 가질 수 없노라고 말이다. 나는 노예의

정부이기도한 이 정치적 조직을 나의 정부로 단 한순간이라도 인정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혁명의 권리를 인정한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너무나 커서 참을 수 없을 때는 정부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정부에 

저항하는 권리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문구였다. 국민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잇다면, 그걸로 인해 어떤 핍박과 고통없이 자유롭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지금으로부터 160여년전 쓰여진 이 책의 논리가 이토록 가슴에 와닿는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슬프다. 

 벌써 한달 넘게 주말마다 국민이 촛불을 들고 탄핵, 하야를 외치고 있다. 

그들은 촛불은 바람불면 쉽게 꺼질 거라며 비웃으며 버티고 있다. 이토록

오만하고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그들에게 우리는 더 꿋꿋하게 저항해야 한다.

촛불이 바람불어 들불로 번져 그들이 두 손들고 내려올때까지 지치지 

말아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한다. 망각은 그들에게 주는 최선의 

면죄부다.

 

P.S 이책의 묘미는 저항의 정신 뒤에 이어지는 소로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눈부신 관찰력과 묘사로 쓰여진 생태 에세이다. 현실에 지친 심신을 정말 깨끗

하게 어루만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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