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는 ‘일’은 정말 ‘일’이 되어버렸다
뻔한 이야기지만 동네의 작은 서점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 이제 책을 사는 일은 동네가 아니라 인터넷과 종로, 광화문, 신촌 등 도시에서 이루어진다. 큰맘을 먹지 않는 한 책을 구경하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책을 사는 것은 일상을 떠나 일이 되어버렸다.
나름의 좋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항상 할인을 하고 큰 서점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학용품은 물론이고 액세서리까지 살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물질적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동네 서점이 주는 정신적 만족을 메꿀 수 없다는 데 있다.
책이 주는 매력 중 하나는 낭만 혹은 ‘똥폼’, 지적 만족 혹은 지적 허영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보았던가 들었던, ‘오늘 책 세 권을 샀다. 저녁은 굶어야겠다’고 지금도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동네 서점이 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지나가다 우연히 서점을 들렀고 다시 우연히 굉장히 좋을 책을 발견하게 되고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지만 근사한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사고 마는 것이다. 비록 저녁은 굶게 되었지만 그는 얼마나 뿌듯했을까. 마치 자신이 위대한 철학자 혹은 가난한 독학자가 된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책을 읽었을 것이다.
책을 사려면 지하철을 타고 종로의 큰 서점을 가거나 인터넷을 켜고 주문을 해야 하는 지금, 이런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정확한 예상과 확실한 의도에 의해 책 구매가 이루어진다. 돈이 부족하다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사는 일에 낭만(또는 ‘똥폼’)은 사라졌고 계획과 계산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