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는 사지 않아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은 사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활의 작은 기조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은 사지 않는다. 기억이 안 나지만 예전에 몇 번 샀던 적이 있었고 나중에 사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사게 될 날이 오는 일은 예전에 샀던 베스트셀러 책을 기억해내는 것만큼이나 가능성이 낮은 일일 것이다. 이택광 교수의 비평서, 심보선 교수의 시집 및 비평서, 지그문트 바우만의 비평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않는 한 베스트셀러를 사는 일이 없을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사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은 몇 달만 지나면 헌책방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요즘 헌책방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책들은 <안철수의 생각>, <엄마를 부탁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이다. 잠시 베스트셀러로 영광과 찬사를 한몸에 받았지만 이제는 헌책방의 책장만 차지하고 있는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것이 베스트셀러의 운명이다. 원래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몇 천원만 내면 구입할 수 있다.

 두 번째,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것들뿐이다. 베스트셀러’s’가 아니라 베스트셀러라서 그런지, 자기계발서 아니면 힐링이라는 이름의 감성팔이를 하는 책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봐야 그것이 시키는 대로 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므로 읽을 필요가 없고 힘들지? 조금만 더 힘내, 마음을 다스려봐라고 말하는 힐링책들을 읽으면 있던 힘도 사라지고 짜증만 날 뿐이다. 다소 오만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지성이 밑받침되지 않는 감상은 건전한 비판의식을 잠재우는 마취제”(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최영미)라는 최영미 작가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좋아요’ 100개도 모자란다.

 큰 이유가 위의 두 가지고 작은 이유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자기계발서와 힐링책은 읽어도 남들과 할 수 얘기가 없다. 친구에게 그 책들의 말대로 야 그건 너가 게을러서 그런 거야, 잠을 줄이고 공부를 해”,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야라고 고리타분하게 말하는 것은 왕따를 자처하는 일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예능프로를 보고 얘기를 하는 게 훨씬 낫다.

 두 번째, 돈이 아깝다. 책을 사는 데 있어 나름의 작은 기준이 있는데, 시집을 제외하고는 일단 글씨가 많은 책이 장땡이다. 책의 질을 판단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철저히 읽는 사람의 몫이고 글씨의 양이 책의 질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지만 글씨보다 그림이 글씨보다 여백이 많은 책을 보면 지레 질이 별로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사기가 꺼려진다.

 세 번째, 이왕이면 오래된 책을 산다. 베스트셀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많이 인쇄한다. 10년 안에 절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살려면 나중에도 살 수 있다. 책이 절판되는 주기를 10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2013년에 출판된 책보다는 2003년에 출판된 책을 그보다는 1993년에 출판된 책을 사는 것이 나중에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불상사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면 절판된 책들 중에는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외의 부수입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아직 그래 본 적은 한 번도 없고, 아까워서 팔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책을 사는 데 있어 크고 작은 이유를 늘어놔봤다. 사실 책을 고르는 것에 정답은 없다. 좋다고 하는 약이 모든 사람에 좋은 것이 아니듯, 좋은 책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는 없다. 본인이 봤을 때 좋은 책, 필요한 책을 고르면 그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