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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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양조위와 장만옥이 출연한 영화의 제목으로 많이 알려진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한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거창한 표현 때문인지 나의 추억은 화양연화에 끼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열정적인 사랑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모험 정도는 해야 감히 화양연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내 주눅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보면 주눅들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말로 영화 속 한 장면인 <화양연화>에 나오는 양조위와 장만옥의 사랑은 따지고 보자면 불륜이고 열정적인 사랑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서로 너무나 좋아하지만, 정말로 현실의 모습인 것처럼 불륜이라는 현실에 가로막혀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사람이다. 그래서 그렇게 국수만 먹어댄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저자 송정림 씨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가 본다면 꼭 한 번 가고 싶어지는 시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그리 거창한 사건이 있었던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평범한 일상의 시간입니다.’(p.222)라고 말한다. 양손에 하나씩 부모님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놀이공원을 갔던 날, 처음으로 애인과 손을 잡은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던 순간, 훈련소에서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동기들과 함께 초코파이를 먹었던 찰나, 누구나 나도 그랬었지하고 공감할 만큼 한 번쯤은 경험했던 순간일 것이다. 이것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인생의 화양연화는 그리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무심코 스쳐가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일상에 사람의 향기, 즉 사랑이 더해지면 모든 순간이 화양연화가 된다. 놀이공원에서 느꼈던 부모님의 따뜻한 온기, 사랑하는 이의 손에서 전해오는 설렘, 초코파이 속의 마쉬멜로우 보다 훨씬 끈끈한 전우애, 이 모든 것들이 사랑으로 완성된다. 우리의 몸이 각각의 원소로 환원되는 것을 막는 것은 사랑이라고 노래한 전혜린 작가의 시처럼, 어쩌면 사랑은 뒤돌아서면 잊혀질 뻔한 순간의 사소한 기억들을 잊혀지지 않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만들어 주는 것일지 모른다.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한 개의 육체와 영혼이 분열할 때

탄소, 수소, 질소, 산소, , 기타 각 원소로 환원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막는 것이 사랑이다.

-전경린

 

 결국 송정림 작가가 이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한 마디는 사랑하자가 아니었을까. 혹하자, 빠지자, 사랑하자. 설령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옥과 함께한 과거의 추억이 묻은 장소를 다시 찾아왔을 때의 양조위처럼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게 될지라도, ‘최선을 다해 좋은 기억을 만들기를…. 그 기억은 최선을 다해 잊지 말기를….’(p.174)

 

Ps. 영화 <화양연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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