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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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리던, 평온했던 섬에 어느 날부터 여행기분으로 들떠 왁자지껄 떠드는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찾아오고 지갑이 두둑한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시기 위해 골프카가 등장하고 단순히 퓨전요리로 보기에는 다소 불편한 해산물 짜장면을 파는 식당이 등장했다. 섬이니 유람선은 차치한다 해도 골프장에 있어야 할 골프카가 섬에 있는 것은 웬 말이며 멀리 남쪽 끝자락의 섬까지 와서 해산물 짜장면을 사먹는 광경은 무슨 뚱딴지 같은 일 일까.

 가끔 두 서명 정도 무리의 낚시꾼이나 찾아오던 한 없이 조용했던 섬은 지금은 관광명소로 입소문을 타 관광객으로 시끌시끌한 곳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아름다운 섬을 보호자는 뜻으로 특별보호구역 따위의 이름을 붙인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의도는 보호하자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홍보 역할을 해 하나 둘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섬을 찾는 것이다. “땅끝섬을 정부가 정부가 천연보호구역이네, 해양도립공원이네 지정하면서 오히려 제주도 관광 코스의 부록처럼 돼버렸어. 섬을 보존할 의도였는데 새삼 홍보 효과를 봐서 관광객들이 떼로 몰려가 몸살을 앓는다더군이라고 수혁은 씁쓸하게 말한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수혁의 말처럼 땅끝 섬은 제주도 관광 코스의 부록이 되어버렸다. 자연히 관광객들이 몰려 들어 돈을 쓰게 되고 섬사람들은 처음 맛보는 돈잔치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골프카를 들여와 손님을 안내하고 할인쿠폰까지 줘가며 자신의 짜장면집으로 모셔간다. 경쟁은 과열되어 섬은 관광객 반 골프카 반이 돼버렸고 급기야 섬사람들 간 이권 다툼에 폭력이 발생하기에 이른다. 다툼이 격해지고 뭍것’, ‘육지것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자 인규는 결국 식당 <회나라>를 접고 육지로 가기로 결심한다.

 비록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섬토착민이건 막말로 뭍것이건 함께 소소한 정을 나누며 함께 살던 사람들은 어쩌다 이렇게 된 것 일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땅끝의 섬과 비슷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관광객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소박하게 삶을 이룬 산속 마을을 헤집으며 다니고 강과 사람이 함께 평화롭게 살던 곳에 돈이라는 강력한 방해꾼을 퍼뜨린다.

 ‘지금이야 촘말 좋은 세월이엉, 전기, 가스 걱정 없으니 추우면 때고 배고프면 먹을 게 천지백깔로 널렸샤. 살기 좋기로 하멘 두말 항 잔소리주. 배부르고 등 따시니 돈타령 쌈, 쌈들이라 마시. 걸핏하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게 다 돈, , 돈 때문이라기여, 날랑 설운 세상 너무 오래 살아 이 꼴 저 꼴 다 보주’, 현씨 할머니의 푸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화, 세계화라는 조류에 휩쓸려 어디든 차와 배 혹 더 멀다면 비행기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극도로 압축된 지금에서 현씨 할머니의 푸념은 말 그대로 아무런 힘도 없는 푸념, 넋두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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