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이터널 선샤인 : 일반판
미셸 공드리 감독, 짐 캐리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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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기억을 조작하는 것에 관한 영화라 그런지, 보고 난 후에는 머릿속이 뒤엉켜버린 기분이 든다.


사랑하다 보면 좋은 것 나쁜 것 할 거 없이 다양한 추억이 꾹꾹 쌓이게 된다. 행복한 기억이 많이 쌓이는 시점에는 점점 더 자주 추억을 쌓고 싶게 되고, 그렇게 자주 만나다 보면 다시 또 좋지 않은 기억이 섞여버린다.

그 종반부가 안 좋은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면, 이러한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행복한 기억이 같이 섞여 있기 때문에 더욱 견디기 힘들다. 그 모든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어질 만큼. 기억을 외면하는 것으로 그 괴로움으로부터 도망치고, 해방되고 싶은 마음. 충분히 그런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외면하는 태도는 정답이 아니라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사랑과 그 추억을 대하기를 원한다. 괴로움도 행복한 기억이 섞여있기 때문에 생긴다. 소중한 괴로움인 것이다. 사랑에 관한 고통스런 추억을 지울 때는 반드시 행복한 기억을 함께 지우게 된다. 홧김에 한 말실수로 다퉜던 일과 같은 기억을 통해 추억 그대로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되돌아볼 수 있다. 행복한 추억은 버리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 돼버린다. 결국, 행복한 것, 안 좋은 것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다.

또한, 외면하는 것으로는 마음마저 속일 수 없다. 조엘도 클레멘타인도 마리도 기억을 지웠지만, 마음의 성향까지는 지우지 못한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이 준비한 선물과 말투를 가지고 접근한 패트릭과의 연애에서 자신이 지워버린 조엘과의 추억을 다시 만들어간다. 마리 역시 기억을 지운 후에도 같은 직장에 다니며 그 선생님을 다시 사모하게 된다. 결국, 모두가 기억을 지우려 마음먹기 전의 그 괴로움을 어쩌면 더 커져버린 것으로 또다시 맞닥뜨리게 된다. 상처가 곪으면 더 아파질 뿐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해주는 달콤한, 듣기 좋은 말과 그 속마음은 다를 수 있다. 당연하다. 어떻게 항상 좋기만 하고 칭찬만 할 수 있을까. 서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므로 내 앞가림하느라 상대방을 챙겨주지 못할 때도 있고 사랑이 좀 식을 수도 있고 싫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뭐 어때. 괜찮다. 


Change your heart

Look around you

Change your heart

It will astound you

I need your lovin'

Like the sunshine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


마음을 크게 가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사랑은 충분히 가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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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알고리즘 - 머신러닝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페드로 도밍고스 지음, 강형진 옮김, 최승진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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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와는 별개로, 그저 개괄만이라도 알아두면 좋겠다 싶었다. 유명한 무료 인터넷 강의도 있고, 누군가 그리 길지 않은 글로 정리한 것도 있겠지만 나는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지하철에서 읽을 책도 정할 필요가 있으니.


머신러닝을 소개하는 책은 수학 기본서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많았다. 배경 이론을 설명한 후 박스 하나가 나오는데 그 안에는 Theorem 1. 블라블라~~ 다음 문단에 추가설명... 이 책도 결국은 이론을 쭉 설명해주는 책에 불과하지만 특별한 점은 이야기를 풀어놓듯이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찬사가 많기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해가 잘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아서 볼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머신러닝 자체가 원래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한 난해한 분야이기 때문에 구입하면서는 이것 한 권 읽는다고 이해는 되지 않겠지만 첫걸음을 떼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이 생각은 무섭도록 잘 맞아떨어졌다. 분명히 설명을 구절구절 보면 전문용어가 마구 나오는 것도 아니다. 또한 친숙한 언어로 비유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쉬울 것 같이 쓰여 있다. 그런데도 읽다 보면 당최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새 작가는 '이제 설명은 됐다. 한 번 활용 예시를 살펴봅시다.' 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무념 무상한 상태였다. 다섯 개의 종족이 각각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략 살펴본 정도. 유전알고리즘, 퍼센트론 등 머신러닝과 관련된 용어를 들어보게 된 것. 이 정도다. 딱 내가 목적한 정도이다. 기뻐해야 할까. 


이 책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어느 정도 공부 한 사람이 이해를 탄탄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저자가 쉬운 말로 풀어 놓은 비유가 빛을 볼 것 같았다. 이런 이유로 쉽게 설명했다는 찬사와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동시에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머신러닝이라는 분야가 많은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책 한 권으로 이렇게까지 설명한 것은 분명히 잘 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난 이해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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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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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봤다. 


이전에 홍보영상을 봤을 때부터 재미있겠다 싶었다. 주말에 조조로 예매했지만, 늦잠을 잤다. 또다시 예매하기는 내키지 않았다. 관심을 끄고 있었는데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고서는 영화보다 더 실감 나게 읽히리라 기대했다. 그때부터 몇 달 동안 책장에 꽂혀만 있었다. 휴일을 맞아, 시골 가는 것도 취소되었기에 이전에 받아뒀던 것을 보았다.


모험, 생존을 주제로 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보물섬』, 15소년 표류기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것들 말이다. 홍보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도 우주 버전의 로빈슨 크루소』를 기대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혼자 남아서 처음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하루하루 고민하는 처지지만 식량,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며 끝내는 멋지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감동을 나는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대했던 종류의 영화였고 재미도 있었지만 책을 볼 때 만큼의 깊이는 아니었다. 우주에 표류하는 것은 지금 생각에 분명히 무인도와 비교도 안 되게 절망적일 것이다. 산소, 기압 등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것 자체를 신경써야 하는 마당이니까. 하지만 표류하게 된 장면부터 구출까지 무언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조난되자마자 남은 식량을 고려해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계산하고, 식량이 부족할 것이므로 때마침 가지고 있던 재료들과 식물학자의 지식 (식물학자라는 설정까지 필요했을까)을 활용해 식량 확보에 성공을 하면 곧이어 NASA와 교신할 방법을 찾아보고...


책과 영화의 차이라도 해둬야 겠다. 영화라서 그 호흡이 책에 비해 짧다 보니 이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스토리를 빠르게 전달해주는 것은 좋지만, 감동까지 축약되는 건 아쉽다. 아니면... 내가 그때와는 좀 달라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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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 아웃케이스 없음
스파이크 존즈 감독, 호아킨 피닉스 외 출연,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 하은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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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된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 그 친구에게 미리 줄거리와 소감을 들었다. 단순히 번뜩이는 반전이 있거나 액션, 공포 등 특정한 상품성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명확히 짚어내지 못 하겠다는 친구의 반응을 보고 볼 만한 영화겠구나라고 생각했다.


OS와 사랑에 빠졌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주인공이 미친놈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랬다. 그는 미쳐있었다. 아내와 1년 가까이 별거 중이었는데 이혼까지 갈 것 같은 상황이었다. 시어도어가 캐서린에게 뭔가 심적으로 부담을 주었다는 내용이 나올 뿐, 실제로 어떤 이유로 둘이 별거를 하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느낀 바로는 시어도어는 아직 캐서린을 사랑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로, 연인으로 자라왔기 때문에 캐서린이 시어도어 마음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 고스란히 시어도어 마음의 빈 공간이 되었다.

죽은 사람처럼 지내는 시어도어가 안타까워 친구들은 새로 사랑을 시작하라고 자리를 여러 번 주선해주지만, 시어도어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OS1 구입 후 얼마 되지 않아 사만사의 격려를 받아 에이미와 찰스가 주선해 준 소개팅에 나가서 잘 될 뻔했지만 역시 선을 넘지는 못 한다. 캐서린의 빈자리를 다른 여자로 채우는 것을 아직 거부하고 있었다.

OS1은 시어도어의 마음에 무엇이 비어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시어도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사랑해왔는지를 돌아보게도 해줬다. 원할 때 대화하고 잡담하고 기분을 신경 써주고 위로도 돼주고 고민도 들어주는...내가 그렇게 해 줄 대상, 나에게 그렇게 해 줄 대상의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그리고 캐서린과 어떻게 사랑 해왔고 어떤 점에서 불화가 있었는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건 분명하지 않지만) 마지막에는 왜 캐서린과 불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대답도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만사는 실체가 없는 것과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가진 것은 차치하더라도 분명히 매력이 넘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엿보일 때는 빛나는 눈동자가 저절로 그려진다. 위트도 있고 배려하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시어도어는 실체하는 여자에게는 마음을 열지 못 하는 상태였지만 OS인 사만사에게는 달랐다. OS이기 때문에 더 경계하지 않고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나는 사만사와 함께 데이트하고 대화하고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 사실은 시어도어가 느끼는 캐서린의 부재의 결과라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OS1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나에게 묻는다면 사랑에 상처받은 혹은 사랑 때문에 마음에 구멍이 생긴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겠다 (스케줄, 메일 관리도 되고 알아서 책도 출판해주는 등 당초 OS의 목적은 그게 아니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용했다). 위한다는 것은 단순히 치유일 수도 있고 원래 연인에게 돌아가거나 새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그저 연애의 대리 경험 일 수도 있다. 사랑에 상처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 매력이 없고 컴퓨터 주제에 감정이 있는 존재처럼 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까지 보인다. 폴 커플과 더블 데이트를 갔을 때, 사만사는 시어도어와 대화 중 화두가 되었던 몸이 없다는 한계를에 대해 어떤 다른 해석을 했는지 들려준다. 하지만 한창인 폴과 타티아나 연인에게는 별 소리를 다한다는 반응 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영화를 추천해준 친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리송하기만 하다. 사만사가 여러 사람과 대화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말하는 건가. 사만사를 비롯해 다른 OS1들이 떠나버린 것은 주인공이 아픔을 극복했다는 뜻일까. 실체 없는 대상에서 치유를 받았다는 것은 몸에 대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랑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점은 개운하지 않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얼마 전에 이 친구가 자기는 어떤 동물에 빗댈 수 있겠는지 물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한 질문이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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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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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 리뷰에서 언급한 것 처럼, 네이버 포스트에서 이 책을 접했다. 사서? 전문가? 들이 추천하는 책 이었나... 하도 공통적으로 칭찬하기에 검색을 해봤다. 그리고 읽기로 결심했다.

먼저 작가 폴과 그 아내 루시, 그리고 그 주변의 가족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 샘솟았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났다. 그럼에도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해서든 살고자 발버둥 치다가 남은 생을 치료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치료 효과를 고려해서 그 종류와 강도를 결정한다. 그렇게 남은 수명을 어림하여 여생에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며, 즐긴다. 난데 없는 죽음을 눈 앞에 두었지만, 누구보다 철저히 삶을 만끽했다. 그리고 가족들도 그런 결정을 이해하고서 묵묵히 곁을 지켜주었다. 너무 일렀고, 작가가 또렷한 목적을 가지고 누구보다 노력해 온 삶이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멋지게 살았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 뿐만 아니라 다른 점에서도 작가를 인정했다. 문학과 철학과 생물학이 만나는 그 어느 지점을 탐구하고 싶다. 죽음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 이런 이상을 좇아 자신이 공부 할 분야를 찾아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부하는 것도 스스로 선택해서 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이유 없이 공부를 그저 '하고' 있다. 추구 할 이상을 가지고 공부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자신의 공부가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 지 깨닫는 것 역시 축복이다. 누구에게나 축복을 받을 기회는 있을 것이다. 늦게나마.


마지막으로, 뇌에 신호를 써넣는 '신경조절술'. 우리 유전병의 치료 해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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