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 아웃케이스 없음
스파이크 존즈 감독, 호아킨 피닉스 외 출연,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 하은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된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 그 친구에게 미리 줄거리와 소감을 들었다. 단순히 번뜩이는 반전이 있거나 액션, 공포 등 특정한 상품성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명확히 짚어내지 못 하겠다는 친구의 반응을 보고 볼 만한 영화겠구나라고 생각했다.


OS와 사랑에 빠졌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주인공이 미친놈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랬다. 그는 미쳐있었다. 아내와 1년 가까이 별거 중이었는데 이혼까지 갈 것 같은 상황이었다. 시어도어가 캐서린에게 뭔가 심적으로 부담을 주었다는 내용이 나올 뿐, 실제로 어떤 이유로 둘이 별거를 하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느낀 바로는 시어도어는 아직 캐서린을 사랑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로, 연인으로 자라왔기 때문에 캐서린이 시어도어 마음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 고스란히 시어도어 마음의 빈 공간이 되었다.

죽은 사람처럼 지내는 시어도어가 안타까워 친구들은 새로 사랑을 시작하라고 자리를 여러 번 주선해주지만, 시어도어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OS1 구입 후 얼마 되지 않아 사만사의 격려를 받아 에이미와 찰스가 주선해 준 소개팅에 나가서 잘 될 뻔했지만 역시 선을 넘지는 못 한다. 캐서린의 빈자리를 다른 여자로 채우는 것을 아직 거부하고 있었다.

OS1은 시어도어의 마음에 무엇이 비어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시어도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사랑해왔는지를 돌아보게도 해줬다. 원할 때 대화하고 잡담하고 기분을 신경 써주고 위로도 돼주고 고민도 들어주는...내가 그렇게 해 줄 대상, 나에게 그렇게 해 줄 대상의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그리고 캐서린과 어떻게 사랑 해왔고 어떤 점에서 불화가 있었는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건 분명하지 않지만) 마지막에는 왜 캐서린과 불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대답도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만사는 실체가 없는 것과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가진 것은 차치하더라도 분명히 매력이 넘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엿보일 때는 빛나는 눈동자가 저절로 그려진다. 위트도 있고 배려하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시어도어는 실체하는 여자에게는 마음을 열지 못 하는 상태였지만 OS인 사만사에게는 달랐다. OS이기 때문에 더 경계하지 않고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나는 사만사와 함께 데이트하고 대화하고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 사실은 시어도어가 느끼는 캐서린의 부재의 결과라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OS1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나에게 묻는다면 사랑에 상처받은 혹은 사랑 때문에 마음에 구멍이 생긴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겠다 (스케줄, 메일 관리도 되고 알아서 책도 출판해주는 등 당초 OS의 목적은 그게 아니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용했다). 위한다는 것은 단순히 치유일 수도 있고 원래 연인에게 돌아가거나 새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그저 연애의 대리 경험 일 수도 있다. 사랑에 상처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 매력이 없고 컴퓨터 주제에 감정이 있는 존재처럼 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까지 보인다. 폴 커플과 더블 데이트를 갔을 때, 사만사는 시어도어와 대화 중 화두가 되었던 몸이 없다는 한계를에 대해 어떤 다른 해석을 했는지 들려준다. 하지만 한창인 폴과 타티아나 연인에게는 별 소리를 다한다는 반응 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영화를 추천해준 친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리송하기만 하다. 사만사가 여러 사람과 대화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말하는 건가. 사만사를 비롯해 다른 OS1들이 떠나버린 것은 주인공이 아픔을 극복했다는 뜻일까. 실체 없는 대상에서 치유를 받았다는 것은 몸에 대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랑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점은 개운하지 않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얼마 전에 이 친구가 자기는 어떤 동물에 빗댈 수 있겠는지 물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한 질문이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