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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글쓰기
최병관 지음 / 지식여행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좋은 국내 과학 저서를 여러 권 소개해준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 또한 글 쓸 때 고려해볼만한 기본적이면서도 유용한 지침들도 함께 담겨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이었다. 작년에 읽었던 “기자의 글쓰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곧바로 구매한 후 내 독서 대기 목록에 올려뒀다.
나는 보통 글쓰기 책을 읽을 때는 문장을 쓰는 방법, 문단을 구성하는 방법 등 글쓰는 것 자체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 그런 팁은 담겨있지 않다. 대신, 본격적으로 글 쓰기에 돌입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문에 대답해주고 있다.
목차는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에서 우리나라 과학 글쓰기 실정을 다루고 2-4부에서
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지를 다룬다. 글쓴이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여가며 읽히기 쉽게 서술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건 그러한 자세한 내용보다는 각 부를 구성하는 장의 제목들, 그리고 각 장마다 등장하는 여러 과학저서들이다.
“건축에서 설계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176 p)
글쓴이가 4부에서
책 잘 쓰는 방법에 대해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책의 구상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 또한 탄탄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바탕으로 집필 된 것으로 보인다. 각 부의 제목은 심플하면서도 책의 제목과 잘 맞물려있다.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과학책”, “논문만
쓰는 과학자 vs 책도 쓰는 과학자”, “내 연구 분야가
책이 될 수 있다”, “크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과학도
인생도 스토리텔링”, “기자가 기사 쓰듯, 교수가 강의하듯
쓰는 글쓰기” (각 부의 소제목 중 일부)
각 부의 소제목들은 그 자체로 좋은 팁이 된다. 혹은 한 번 곱씹을 만한 글귀로 이뤄져 있다. 특별하지 않고 당연한
말들이라 여길 수 있지만, 고민에 닥쳤을 때 생각해볼만한 것들이다. 네
개의 부를 조직한 것처럼 각각의 장들도 잘 구성되어 있다. “이 장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코너에서 각 장에 어울리는 국내 과학 도서를 저자의 리뷰 형식으로 추천해준다.
이 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글 쓰는 데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부분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해 할 것이다.
글쓴이는 큰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블로그에 글 쓰기, 칼럼 연재하기, 매일 하는 강의를 정리하기 혹은 공동저술하기. 한 권을 혼자 다 쓰는 것은 초보 저자에게 매우 부담스런 작업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저자로서 트레이닝하는 단계를 거치라 조언한다.
그 외
“우리나라에서는 과학 글쓰기를 정규 과목이나 필수 과목으로 정해 지속적으로 교육하지 않는다.” (p. 38)
나는 학부생 때 스스로 적극적으로 글쓰기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에
반 정도 동감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보고서나 에세이를 거의 모든 과목마다 쓰기는 했다. 하지만 글 쓰기 코칭에 초점이 있지는 않았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학생들은 그 당시에 글쓰기를 훈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학교의 어른들께서 미리 탄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따라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렇게 변하고 있는 듯하다.
“서론과 결론은 서비스 차원에서 두는 것이고, 진짜
중요한 것은 글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본론이다.” (44 p)
정말 그럴까? 논문의
경우, 모든 과학자들은 자신의 세부 분야만이라도 관련 논문을 다 읽기 힘들어한다. 새로운 논문이 너무 많고, 한 논문을 제대로 읽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각 논문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연구를 하게 되었고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파악하는 것이 논문 읽기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야 본론까지 제대로 읽을 논문을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없어서 직접 쓰게 됐다.’”
(91 p)
정재승 교수가 한 말이다. 그런
책을 쓸 수 있다니 멋있다. 나는 무슨 책을 읽고 싶을까.
“화성은 지구에서 가까운 것은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지구와 닮아, 인류가 이주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성으로 알려져 있다” (160 p)
내가 고등학교 지구과학시간에 배우기론,
화성은 위성이 아닌 행성이다.
이 책을 한 번 다 읽고 처음 든 느낌은 “그저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책 리뷰를 쓰기 위해 뒤적거리면서 내 느낌은 바뀌었다. 글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읽기도 여러 번 하면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이 장에 어울리는 책”에서 소개된 책 목록
1.
임재춘, 한국의 직장인은 글쓰기가 두렵다, 북코리아, 2005
2.
임재춘,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북코리아, 2006
3. 강호정, 과학 글쓰기를 잘 하려면 기승전결을
버려라, 이음, 2007: 목적, 대상에 따른 글쓰기 방법 정리. 논문 투고 과정 조언.
4.
탁석산,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 김영사, 2005
5. 정희모, 이재성, 글쓰기의 전략, 들녘, 2005:
15년간 글쓰기를 가르쳐온 저자들이 정리한 글쓰기 관련 원리와 방법론.
6. 신형기 외,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
글쓰기, 사이언스북스, 2006: 인문학자와 과학자가 함께
쓴 과학 글쓰기 책
7.
남궁인,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문학동네, 2016: 숨결이 바람 될 때와 비슷할 듯?
8. 엄융의, 내 몸 공부 – 건강한 삶을 위한, 창비,
2017: 서울대 강의 “우리 몸의 이해”를
엮은 책.
9.
테드 윌리엄스, 타격의 과학 –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의 야구 이야기, 이상, 2011
10.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어크로스, 2011(개정증보판):
과학을 이야기로 이끌어나가는 방법을 제시해준 책.
11. 강양구,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뿌리와이파리, 2009
12. 이정모, 공생 멸종 진화, 나무나무,
2015
13. 이한승, 솔직한 식품, 창비, 2017
14. 여인형,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 한승, 2007
15. 박기화, 제주도 지질여행, 한국지질자원연구원, 2013
16. 송길영,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쌤앤파커스, 2012
17. 김범준, 세상물정의 물리학, 동아시아, 2015
18. 이윤석, 웃음의 과학, 사이언스북스, 2011: 이윤석이 과학책을?
19. 심진보
외, 대한민국 제4차 산업혁명 –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전략과 통찰, IDX, 콘텐츠하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