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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거리
야마시타 히로카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3년 10월
평점 :

달로와에서 나온 일본소설들 꽤 많이 읽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않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다 저한테는 소중했고 재미와 감동 역시 최고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나온 야마시타 히로카의 장편소설 욕지거리 어땠을까요 궁금하지 않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쿠타가와상 못 받고 후보작에 그친 것이 이상할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이 완벽했다 입니다
만약 아쿠타가와상이 아닌 나오키상 후보작이었다면 아마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나라 기준으로 욕지거리 제목 자체가 대중친화적이지 않고 작가도 생소하고 서점대상 후보작도 아닌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이어서 일반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에는 조금은 불리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읽으신다면 감동이 충만한 좋은 독서 경험이 되실 것입니다
첨에는 욕지거리라는 단어 자체가 원서 타이틀이 아닌 한국에서 자체 생산한 타이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일본 원서도 동일하더군요
그리고 책 시작과 동시에 아쿠테에 즉 이소설의 원제에 대한 설명글이 자세히 나옵니다 악담,욕지거리라는 뜻의 야마나시 사투리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소설속 배경이 야마나시인가 싶을텐데 그건 아니구요 주인공이 어릴때 함께 살아온 친할머니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작품에는 아주 특별한 가족 형태가 나옵니다
마음씨 착한 호인 스타일의 엄마와 이제 막 20대가 된 딸 그리고 이혼한 남편의 친어머니 이렇게 3명이 한집에서 살고 있으며 아쿠테에는 주로 소설가를 꿈꾸는 19세의 딸과 자기만 생각하는 90세 고령의 밉상 할머니 사이에서 이루어지죠
늙은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인 할망구라는 단어가 쉴새없이 나옵니다 하나하나 세보지는 않았지만 백번이상 나온 것 같네요
사실 가족 구성원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처음은 티격태격하다 구성원중 한명이 불치의 병이나 불의의 사로고 죽게 되면서 극적인 화해가 이루어지고 다시 가족간의 정이 두터워지는 그런 휴머 가득한 스토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 것 없습니다 즉 뻔한 해피엔딩은 찾아볼 수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에서는 해피엔딩과는 전혀 다른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띠지에 써 있는 내가 쓰는 소설은 반드시 끝을 맞이하고 좋게든 나쁘게든 결말이 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다~는 소설속 엔딩에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많은 것을 의미해주고 있죠
번역은 늘 그랬듯이 박우주님이 하셨습니다 달로와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일본소설의 번역을 담당하셨죠
그동안 달로와에서 나온 책들을 읽으면서 많이 접해서 그런지 익숙하고 편안한 번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