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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여름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평점 :

전쟁터의 요리사들 이후 오래간만에 읽어보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작가의 책이어서 읽기전부터 큰 기대를 걸었는데 무죄의 여름 다 읽고난 소감은 확실히 글을 잘 쓴다입니다 작가한테 글을 잘 쓴다는 말보다 더 큰 칭찬은 없겠죠
여러 부분에 있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아마 저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으시는 분이라면 똑같이 느끼셨을 포인트로 짐작되는데 소설속에 묘사된 2차세계 대전 전후 시대적 디테일이 압도적입니다
일본 작가가 아닌 유럽작가가 쓴 책으로 착각할 정도로 묘사 하나하나가 너무 디테일합니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에서도 일본 작가치고는 그 시대적 묘사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고 생각했지만 무죄의 여름이 휠씬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읽는 내내 소설속 도시인 페허직전의 베를린 한복판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독자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경험시켜주고 있죠
이 책의 장르적 기본 뼈대는 미스터리가 맞긴 합니다 그러니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3위에도 막 오르고 그렇겠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스터리적 장르책보다는 역사소설에 더 가깝죠
앞서 말씀드린대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디테일이 빅픽쳐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 이 책의 주 배경을 이루는 국가인 독일 본토 사람이 읽어도 깜짝 놀랄 것입니다
유럽출신 작가가 6.25을 배경으로 한 한국전쟁을 소재로 썼는데 한국 작가보다 더 잘 쓴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혀 이질감이 없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작가의 말에도 나와있듯이 베를린은 맑은가 입니다
그렇다면 무죄의 여름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잠시 헷갈렸습니다
해석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숨겨진 의도가 반어적으로 담긴 베를린은 맑은가가 내용적으로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무죄의 여름은 왠지 본격 미스터리 장르 색깔이 너무 찐해보여서 헷갈릴 수 있죠
전체 분량은 570페이지 좀 넘는데 소설속 시간으로 2일 분량에 해당됩니다
물론 중간 중간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되긴 하지만 그만큼 꼼꼼하게 썼다는 증거죠
유럽이 아닌 아시아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2차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만난다는 것은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가분의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서 아마존 저팬하고 야후에서 열심히 검색해봤는데 2차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책은 이 책까지 포함해서 딱 두 작품이고 나머지는 해리포터 스타일의 모험 판타지도 있고 시공을 초월하는 환상소설까지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작가로써 여러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작가적 존재감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가장 많이 받았던 책들은 무죄의 여름과 전쟁터의 요리사들인 것이 약간은 아이러니해 보이긴 합니다
두 작품 모두 나오키상 후보작이었죠 안타깝게 탈락하긴 했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나오키 상 기준으로 봤을때 전쟁터의 요리사들보다 무죄의 여름이 더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언젠가는 꼭 받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