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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설은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3월
평점 :

장르적 경계선이 애매해서 이 책을 일반 에세이로 분류 해야할지 사진 여행책으로 분류 해야할지 모호하긴 하지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상징성과 새로움이 가득한 책임은 틀림없습니다
이런 놀라운 구성을 가진 책은 제 기억에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가 첨입니다
저자 전시회에 설치된 공중전화부스를 통해 수집된 개인 통화들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전시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취지나 의도는 이 책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책속에 소개된 엄청나게 많은 양의 통화 내용들이 핵심이죠
책속 통화 기록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남의 일기 내지 속마음을 훔쳐보는 관음적인 재미도 살짝 느껴지는데 농담반 진담반으로 책에 나와 있는 1522-2290으로 직접 전화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안내 멘트까지만 딱 듣고 바로 끊긴 했지만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익명의 전화를 통해 내 속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솔직하기 어려운 설명할 수 없는 마음속 갈등이 아주 잠깐이지만 느껴졌습니다
노희경 작가 추천 책입니다
이분이 추천한 책은 흔치 않던데 그만큼 의미가 있는 작품이죠

제본 방식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이런 제본을 머라고 하던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아주 옛스럽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통화 내용은 아주 소소한 일상부터 코믹한것 슬픈것 짠한것등 인간의 히로애락이 다 담겨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정도로 재밌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죠
그리고 노희경 작가님의 추천사처럼 외롭다는 생각도 덜 듭니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인간적인 이기심은 누구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속 이기심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감정이 복잡미묘하기까지 했습니다
작가 본인의 창작 활동들도 페이지 중간 중간에 소개되어 있는 구성입니다
수오서재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이 일상적인 것보다 비범하고 스페셜한 것들이 꽤 많던데 이 책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