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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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만에 읽은 한국작가의 한국소설입니다 우연히 일치겠지만 바로 이 책 이전에 읽었던 한국소설 역시 출판사만 다를 뿐 조남주 작가의 소설집이었습니다

2회 연속으로 그녀의 신작을 읽게 되었으니 이젠 어느 정도 중간급 팬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82년생 김지영 이후에도 꾸준한 창작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워낙 김지영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대박 나는 바람에 그 뒤로 나온 책들은 그 명성에 가려서 크게 빛을 못 보는 것 같네요

이번 책은 꼭 그 징크스를 깼으면 좋겠습니다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서영동 이야기는 연작소설입니다 단편 같은 장편이라고 할까요 형식은 단편이지만 각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 서사 구조 아주 좋아하고 대환영합니다


서영동은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동네인데 서영동에 있는 아파트와 거기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주내용입니다

양귀자 작가님의 원미동 사람들처럼 가슴 따뜻해지고 훈훈한 그런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온탕과 냉탕의 중간쯤에 있는 내용과 주제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의 생활패턴이 아파트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임을 감안한데 아파트를 소재로 한 소설의 등장은 소재 자체만으로도 많은 공감대를 형성됩니다

저만하더라도 주택에서 산 세월보다 아파트에서 생활한 시간이 비교도 안될 정도로 더 많기 때문에 아파트는 집 그 이상의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허위매물, 경비원 갑질 문제, 입주자 대표회의, 층간 소음, 영끌하기 등 아파트 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삶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조남주 작가의 글을 통해 더욱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현실 속 문제를 소설 속에 시기적절하게 잘 배치하는 것이 조남주 작가님의 주특기신데 이 책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책 내용과 무관하게 띠지에 이 소설들을 쓰는 내내 어렵고 괴롭고 부끄러웠다고 쓰여있는데 왜 그렇게 저자분이 느끼셨는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아파트에서 사는 우리들의 민낯이 다 그렇다는 말인지

여하튼 책 자체는 재밌습니다 제가 김지영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 책을 능가하는 작품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 나름대로 여러 가지 상징성이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외국인이 보면 갸우뚱할 내용이지만 한국사람은 끄덕끄덕하면서 읽을 수 있겠죠


서영동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영끌하면 아파트 살 수 있는 영혼은 어떤 영혼일까 스스로 자책하는 이야기속 주인공의 독백이 나오는데 씁쓸하네요


어느덧 두 번째 만남입니다

다음 책에서 우리들의 어떤 민낯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실지 궁금해지네요

개인적으로는 82년생 김지영이 있듯이 82년생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남성 약자 중심의 소설이 대칭적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합니다 그래야 서로 공평해지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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