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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3월
평점 :
제목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정신병에 걸렸는데 어떻게 과학을 연구할까? 연구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걸까.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제목으로 낚아보려는 책들이 워낙 많은지라 그런 부류의 책은 아닐까도 잠시 생각했다.
(솔직한 심정)
저자 바버라 립스카는 우리의 예상대로 뇌과학자다.
그것도 미국정신보건원의 인간 두뇌 수집원의 원장이라고 했다.
정신질환에 대해 연구했으며 특히 조현병의 원인에 대해 밝혀보고자 애를 쓰는 분이라고 한다.
수많은 쥐와 인간의 뇌를 부검하고 연구했다.
책을 읽어보니 에너지가 굉장히 많은 분인지 연구뿐만 아니라 스포츠에도 대단한 열의를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상한 남편, 사랑스러운 자녀들, 그리고 자신의 일과 취미들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저자에게 어느 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검사 결과 뇌의 여러 부분에 흑색종이라는 암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암은 뇌의 여러 부분에서 저자의 생활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어느 날은 양극성장애, 어느 날은 조현병, 어느 날은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종국에는 감각에도 문제가 생겼는지 자폐증을 가진 사람처럼 괴로워했다.
단순히 변화와 치료 과정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뇌과학자라는 저자의 전공분야답게 뇌에 대해 생생히. 그것도 아주 와닿게 배울 수 있다.
350쪽이 넘는 책이었지만 소설보다 더 몰입이 되어 한순간에 다 읽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조현병과 관련된 사건이 늘어나고 있고, 그 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신은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고 믿는다는 것이 증상이며,
그 증상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멀쩡한 전두엽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그 병증이 어떤지 실감이 났다.
저자의 발병 후 있었던 다양한 일들이 여러 병증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또한 환자 가족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책 곳곳에 이야기한다.
지금 그 뇌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을 가진 당사자들에게는 큰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그 고충을 통감할 수 있게 해주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쥐를 많이 죽여서 내가 이런 고통을 받는가 하며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뇌과학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새로운 연구의 기반이 될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힘들었을 저자와 가족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저자의 그 활기와 긍정의 에너지로 오래오래 연구를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시기를 바라본다.
뇌의 비밀은 아직 우리에게는 수수께끼의 영역이고, 밝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