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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속의 우주 - 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 이모저모
한동훈 지음 / 호밀밭 / 2021년 8월
평점 :
책을 받아들고 꽤나 두툼함에 놀랐다.
저자는 글자와 관련해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 많았기에 이렇게 두툼한 책을 만들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과 글자의 이야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정말 온 우주가 글자 안에 다 들어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글자체에는 그닥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구나.'를 깨달았다.
획 하나하나 각도 하나하나마다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나는 그저 글자의 의미만을 좇고 있었나 보다.
글자 용어 구분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정말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동차 로고의 역사부터 우리나라 가요 앨범은 물론이요, 온갖 간판들과 올림픽 엠블럼들..
방송 자막들과 도로, 온갖 아파트들의 글자들..
그리고 얼마 전 대유행을 했던 벌레체 일명 새오체까지..
글자체의 시대적 변화는 물론이요, 시대의 유행과 글자를 쓴 사람의 의도까지 파악해 내는 저자의 글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현대사에도 관심이 많다는 저자는 이런저런 우리나라 근대사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아니, 이 분은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 무렵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어릴 적 고속도로를 타면 도로공사의 심볼이 궁금해졌고,
교과서를 받으면 교과서의 글씨체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정말 태생이 서체 디자이너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린 시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자신의 관심분야로 직업을 선택하신듯 하다.
우주에는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
오히려 밝혀진 것들이 더 적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에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담았을까?
내 생각엔 아닐 것 같다.
저자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거나, 아차 하고 잊었던 부분은 속편으로 제작되지 않을까 싶다.
글자라는 주제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준 저자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