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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벤 길마 - 하버드 로스쿨을 정복한 최초의 중복장애인
하벤 길마 지음, 윤희기 옮김 / 알파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하벤 길마라는 이름 앞에는 역경을 의미하는 단어가 붙는다.
[시각, 청각 중복 장애인], [난민 가정], [흑인], [여성]..
하지만 하벤은 하버드 로스쿨을 정복한 최초의 중복 장애인이 되었다.
최초라는 것은 모두가 주목할만한 성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 과정은 고스란히 이 책, 하벤 길마에 담겨졌다.
책장을 펼치면 조용하고 나지막한 하벤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책을 읽으며 상상을 해본다.
원래도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점점 더 희미하게 사라지고, 내 주변에 들리는 소리마저 작아져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맞닥뜨릴 때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내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하벤은 늘 씩씩한 모습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꿈 많은 소녀였던 것 같다.
늘 하벤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싶은 부모님을 설득해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 독립한다.
그리고 세상과 직접 부딪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해 나간다.
하벤이 성장하며 배우는 많은 것들을, 독자들도 배울 수가 있었다.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벤이 겪은 이야기들을 보니 그 배려하는 마음이 그들에겐 차별이 될 수도 있음을 배우고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 표지에 설명하는 것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싸우는 것은 자신의 장애가 아니라 세상의 편견과 차별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사람들은 하벤을 보며 21세기의 헬렌 켈러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룬 업적을 칭송을 받는 세상이라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의식과 환경이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하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더 흐른 후에 하벤 길마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