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 의학이 놓친 마음의 증상을 읽어낸 정신과 의사 이야기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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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런던의 종합병원에서 20여 년 동안 환자들을 돌보아온 정신과 의사다.

처음부터 정신과는 아니었지만 일을 하던 중에 자신의 탁월한 재능(재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공감 능력과 통찰력이 저자에게 있었다.)으로 정신과 의사가 된다.

(책을 읽으며 정말 대단한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해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여전히 통증이 있거나 불편함이 있다.

과연 이 환자들의 신체에는 이상이 없는 걸까?

현대 의학은 무척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의 전문이 아닌 경우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고 그게 함정이다.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환자들은 이런저런 검사와 수많은 전문의들을 거쳐 거의 마지막 코스로 정신과에 오게 된다.

그리고 제목처럼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심리적인 문제가 더 컸음을, 혹은 동반했음을 알게 된다.

책 속에서 내가 특히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다.

말기 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할아버지의 이야기였다.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병원에서 배경처럼 있던 아무 말이 없는 노인을 보며 저자는 우울증이라고 생각했다.

'말기 암이라면 우울한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나도 대번 이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의 말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기 암 환자들은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말기 암의 우울했던 할아버지는 저자의 치료를 통해 남은 날들은 웃으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말기 암이면 당연히 우울할 거라는 것이 나의 편견이었다니!!

책 속에는 저자가 만난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들이 있었다.

(여러 에피소드를 예로 들어 읽기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인식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정신과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저런 불편함이 있는 분들에게 정신과에 대한 심리적인 문턱이 조금 더 낮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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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남설희 지음 / 아무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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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세이 읽기를 좋아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생각을 당당하게(^^;)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세이에는 공부해야 하는 서적들과는 또 다른 치열함이 있다.

에세이는 삶을 살아내는 한 사람의 치열함이 있다.

유명한 사람이든,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내 머릿속에 자분자분 조용하게 읊조리는 저자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은데..

자분자분한 목소리와는 별개로 삶에 대한 고민과 철학들은 격정적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러하다.

저자는 농사를 짓는 생활, 글을 짓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시골에서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며, 작가의 꿈을 키워간다.

책은 크게 사계절로 나뉘는데.. 농사 일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계절마다 해야 할 일들이 무척이나 많다.

(지금은 겨울이니 저자의 휴가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시골의 삶을 너무나 잘 아는 나는 '농사를 지으며 글을 쓴다니..'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 저자가 기특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좌절한 만도 한 상황에서도 꿈을 키우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나에게 희망을 준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부모님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았다.

다 큰 자녀가 이렇다 할 일도 없이(어른들이 보시기에 작가 지망생이란 그러할 것 같다.) 함께 지내며 농사일을 돕는다면,, 과연 나는 저자의 부모님처럼 지지와 사랑을 보낼 수 있었을까.

한편으로는 가족끼리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며 사는 모습도 좋아 보였다.

역시 삶에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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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똥을 알아? 웅진 우리그림책 94
이혜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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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인 똥.

이 세상에 똥에 관한 이야기들은 정말 많다.

그런데 이 동화책은 똥은 똥인데 각각 자아가 있는 녀석들이다.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똥들의 탄생 장면부터 매우 재미있음이다.

'나는 감자튀김이었는데...' 하며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사이 어디론가 쏟아져 나온다.

각각의 형태가 잡혀서 새로 태어난 모습이다.

똥들은 장에서 '마치 우리들의 모습'처럼 살아가는데 보고 있자면 웃음이 쿡쿡 난다.

역시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황금똥이다.

기저귀 위에 황금똥이 으스대며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 기저귀 확인하던 오래전 기억도 났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기저귀를 보며 환호와 찬사를 보냈던 아련했던 추억이 나에게도 있었다.)

똥들의 지구 정복을 꿈꾸며 잠자던 주인공 똥은 어느 순간 자신이 변기 속에 누워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다음 행선지를 향해 달려가게 되는데..

새로 도착한 곳의 모습도 참으로 유쾌했다.

더럽게 느껴지는 똥들의 유쾌한 반전 동화책이랄까.

일반적인 똥에 관한 책들은 식도와 소장 대장들을 거친다거나 영양소를 흡수하거나 하는 등의 상식을 꼭 담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비교적 평범한 소재인) 똥을 가지고도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고 할까.

그림도 무척 귀엽다.

구석구석 웃음 포인트가 많아서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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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일한 하루 - 쉽지 않지만 재미있는 날도 있으니까
안예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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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히 안예은씨가 오디션 보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와, 저 사람은 참 독특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싶었다.

그리고 tv를 또 못 봤다. 다음 라운드들도 너무 궁금했으나 우리 집 아들의 리모컨 독점으로..ㅜㅜ

그 후에 역적이라는 드라마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소문이 났다.

아역배우가 아주 그냥 연기를 찰떡같이 한다고..

가끔 시간 날 때 들여다보다가 음악이 참 찰떡같구나야~ 하고 느꼈었는데,,

와우, 알고 보니 내가 본 그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녀였다.

특히나 역적 드라마의 엔딩은 안예은 가수님과 출연 배우님들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멋진 모습이라 몇 번이나 봤다.

볼수록 유쾌.ㅋ

그리고 안예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호러송!

창귀를 처음 들었을 때는 마치.. 마이클 잭슨의 Thriller를 보았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다지도 한국적인 공포가 또 있을까 하면서..

문어의 꿈이라는 노래도 참 좋았다. 지금도 가끔 "야~이야 어이~" 하면서 포효를 하며 부르곤 한다.

나도 꿈이 많은 사람인데 .. 자폐라는 바다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구나 하며 암울한 현실을 괴성으로 표현하곤 했는데.. 저자의 말마따나 나도 처음엔 아이들이 이 노래의 가사를 잘 이해하며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애들도 다 생각이 있는 거다. 책을 읽으며 공감 또 공감!

우야둥둥 그래서 안예은씨가 유쾌하며 기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 추측을 했다.

(솔직히 덕질을 하고 싶었지만.. 자폐 아동을 키우는 나는 덕질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ㅜㅜ 그래서 가끔 우울증이 오나 싶음.)

이 책 속에는 안예은이라는 사람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책 소개에 반려병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지병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말이었다.

어릴 적부터 큰 수술을 여러 번 받아야 했었다는데..

지금은 그 아픔을 오히려 선한 영향력 파워로 바꾸어 같은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모습에 보는 내가 다 흐뭇했다. 대단해요~~

다음 노래도, 다음 책도 모든 게 다 기대가 되는 안예은 가수님, 작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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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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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구원해 줄 전능한 힘 같은 건 없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나는 허지웅 씨를 잘 모른다.

가끔 들여다보는 tv에서 우연히 얼굴이 보이니 그저 '방송인인가 보다.'하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얼마 전에 큰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으로 '아이고.. 젊은 사람이. 꼭 나았으면 좋겠다.' 하고 응원하는 정도랄까..

다행히 허지웅 씨는, 허지웅 작가는 병마를 이겨냈고 이렇게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이 책은 허지웅이라는 사람의 상식과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아니, 이 사람은 또 다른 나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다만 나는 내 생각을 저자처럼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이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ㅜㅜ

동시대를 살아가며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살다 보면 나쁜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데,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며 배우는 점도 비슷하다.

(불교에서는 저런 사람들을 역행보살이라 한다지. 과거에는 일부러 나쁜 짓을 해서 배우게 한다는 뜻이었다던데.. 요새는 의미가 좀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멈칫한 순간이 있었다.

내가 자주, 종종 생각하고 명복을 비는 일본 만화가 '미우라 켄타로'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나도 블로그에 적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책에서 만났다.

정말 만화만 그리다 죽은 사람..

베르세르크라는 명작을 세상에 내놓고 결국 끝을 내지는 못했다.

듣기로는 누군가가 이어받아 다시 연재한다고 했지만, 그건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열린 결말이라 생각하고 혼자 해피엔딩이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속으로 '젊은이(허지웅 씨)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라고 응원했는데

알고 보니 나보다 한 살 많은 분이었다. ㅜㅜ

이 책이 8월 22일에 출간이 되었다.

8월부터 지금 12월까지..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웃들의 새로운 사건사고를 알고 있다.

저자는 또 무슨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까.

아마도 즐거운 이야기보다는 작금에 사태에 대한 통렬한 이야기들이 더 많지 않을까..

씁쓸한 세상이 어서 지나가길 바란다.


허지웅 씨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이 노래 .. 같이 듣고 싶군요. 미우라 켄타로를 추억하며..


https://youtu.be/A7m0saghs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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