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쟁 2 -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
박순찬 지음 / 아라크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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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도리 카툰>으로 널리 알려진 시사만화가 박순찬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어요.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일항쟁기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이도영'을 다룬 역사 만화, 《환쟁》은 전 국민이 함께 읽으면 좋겠어요.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본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긴 때를 '일제강점기'라고 칭해 왔는데, 앞으로는 '대일항쟁기'라고 바르게 고쳐 써야겠어요. 말이 정신을 지배한다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자의 관점에서 표현한 용어 때문에 이 부분의 역사를 배울 때 뭔가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피하고 싶고, 보고 싶지 않은 역사였는데, 일제의 불법 침략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운 민중들을 주체로 본 '대일항쟁기'라고 표현하니 독립운동가들이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졌네요. 사실 이 책을 통해 '한국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되었고, 독립운동의 역사 속에 한국 시사만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네요. 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에 실린 이도영 작가의 삽화는 한국 최초의 만화이자 시사만평인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고 볼 수 있어요.

1권에서는 이도영이 환쟁이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면, 2권에서는 이도영과 서매향의 탈출로 시작하여 어떻게 투쟁하는가를 그려내고 있어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지만 그 이면에 살아 숨쉬는 민중들의 이야기가 그림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대한제국군이 통감부의 군대 해산에 저항하여 일본군과 교전을 벌인 것이 남대문 전투인데, 무기의 열세로 패배하였으나 해산된 이후에도 전국 각지에서 의병에 합류하여 대일항쟁을 이어 나갔다고 하네요. 그들이 모여서, "힘을 냅시다!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 아니면 그다음 세대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두어야 하는 것이오!" (149p)라고 말하는 장면은 보면서도 결의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 굉장히 여운이 남네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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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쟁 1 -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
박순찬 지음 / 아라크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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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근래 오마이뉴스의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을 즐겨 보고 있어요.

12.3 내란 사태 이후 매일 시사뉴스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사만화까지 찾아보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장도리 카툰>은 오늘의 시사 뉴스를 한 장의 그림으로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늘 감탄하고 있어요. 바로 그 박순찬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네요.

《환쟁 1》은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을 다룬 역사 만화예요.

이 책은 한국 시사만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도영 작가의 삶과 그림 이야기를 통해 대일항쟁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어요. 첫 장에는 시대와 인물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국 근현대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네요.

"이도영은 한국에서 최초로 만화를 연재한 근대 서화가이다. 1909년 6월 2일, 대한협회에서 창간한 『대한민보』는 당시 총 4면으로 이루어진 신문의 1면 중앙에 '삽화'라는 이름으로 이도영의 그림을 목판 인쇄하여 배치하였다. 한국에서 최초로 그림을 다량 인쇄하여 미디어를 통해 정기 연재한 것이므로, 이를 한국 최초의 만화로 여기고 있다. ... 이도영의 만화는 급변하는 세태를 면밀히 관찰했으며,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권력자의 허상을 벗겨 내었다. 이것은 인민의 시각으로 현실을 직시한 것이었으며, 그 바탕엔 리얼리즘 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4-5p)

『대한민보』는 한국의 대표적 민족주의적 신문으로, 독립 정신과 계몽운동을 목적으로 창간되어, 한국 근대 언론사의 토대가 되었으며, 이도영 작가의 창간호 삽화는 이 땅에 '만화'가 시작되는 역사적이자 상징적 사건이라고 하네요. 1910년 국권피탈로 인해 약 1년여 만에 폐간되기 전까지 약 348편의 작품을 게재했다고 해요. 대일항쟁기부터 현재까지 시사만화는 위기와 침체 속에서 정치적 풍자와 해학적 표현으로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를 드러내며 저널리즘의 한 축을 지켜왔다는 사실이 큰 의미로 다가왔네요. 일제의 강압으로 나라를 잃고 치욕을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는데, 이도영을 포함한 구한말 화가들과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맞서 싸웠는지를 알고 나니 자랑스러운 항쟁의 역사였네요.

1권에서는 사대부 출신이 이도영이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시대상과 함께 기생으로 가장한 살수 서매향의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실존 인물인 이도영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긴장감 넘치는 역사 드라마를 만날 수 있네요.


"살아 있는 현실의 모습을 그리는 자들이 환쟁이라면

나는 사대부를 버리고 환쟁이가 되겠네." (74-75p)

"매향아, 지금 조선은 두 개의 적과 싸우는 중이다.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자들과 조선을 팔아넘기려는 자들이다.

그 두 세력과의 전쟁이니 사실 우리에겐 무모한 저항이다. 그러나 패배한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패배하더라도 저항했다는 흔적은 남는다. 그 흔적을 따라서 훗날에도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1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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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여신 네오픽션 ON시리즈 36
박에스더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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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재밌어요~ 악귀 퇴치에 나선 불량 여신과 산군 산호, 한국 오컬트 판타지 소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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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여신 네오픽션 ON시리즈 36
박에스더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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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오컬트 판타지 소설의 결정판이 나왔네요.

요즘 전 세계가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들썩이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만약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다면 엄청난 반응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 설화 속에 등장하는 마고 할미, 선문대할망, 산신, 이무기와 용, 그리고 달의 여신까지 전설적인 존재들을 현실 세계로 완벽하게 소환해냈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야기, 바로 박에스더 작가님의 《불량 여신 : 어둠을 쫓는 달》이네요.

솔직히 '불량 여신'이라는 제목이 처음엔 별로였는데,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나름 설득되는 면은 있네요. 검은 야구 배트를 휘두르며 악귀를 때려잡는 여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험악스러우니 말이에요. 우리의 주인공 '보름'은 월신의 후계자로 태어난 세 자매 중 첫째인데 스스로의 선택 때문에 땅으로 떨어지는 벌을 받았네요. '보름' 옆에는 산신을 잃은 산군인 호랑이 '산호'가 늘 함께 하는데, 티격태격하는 것이 찐남매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나네요. '보름'과 '산호'는 각자의 사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 행세를 하며 악귀 퇴치를 주업으로 삼고 있어요. 이번에 의뢰받은 일은 '연화'라는 사람 몸에 깃든 잡귀를 퇴치하는 것으로 깔끔하게 잡귀 처리를 했으나 정작 당사자가 달가워하지 않는 거예요.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고, 연화는 "당신 뭔데 내가 모신 신을 빼앗아가요? 어차피 난 죽은 목숨이에요. 신빨이 떨어졌다는 걸 알면 저들이 날 죽이려고 들 테니까. 그러니 여기서 죽나 나가서 죽나 똑같아요. 알아서 하세요. 난 한 발자국도 안 나갈 거니까!" 라고 버티니, 보름 입장에선 황당한 거죠. "허, 인간들이란. 이래서 문제라니까. ... 인간들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니까. 별것도 아닌 일로 신내림을 받게 하거나 귀들을 불러들이지.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이들이 해줄 수 있다고 믿으면서! 성불하지 못한 귀들은 계속해서 실체를 가지고 싶어 하지. 그래서 자신을 부르는 인간에게 쉽게 가버려. 저런 것들이 인간에게 붙들리면 잘해봤자 네가 모시고 있던 허주신밖에 못돼. 그러다가 깃든 모체가 죽으면 다른 인간을 찾을 수밖에 없지. 그렇게 사는 법밖에 모르니까. 놔두면 언젠가는 새로운 생을 찾을 수도 있는 귀들이 인간에게 잡혀 쓸데없이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는 것뿐이야. 요새는 인간들이 귀들보다 더 약았어. 못됐고." (43p) 정말 인간들이 제일 못된 것 같아요. 탐욕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저지르니 말이에요. 세상에 온갖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건 악귀들의 판을 깔아준 어리석은 인간들 때문이네요. 그래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생겼나봐요. SNS를 통해 퍼져가는 불길하고 미스터리한 파티의 실체, 어쩐지 현실 범죄를 연상하게 만드는 묘한 공통점이 있어서 소름 돋았네요.

"원한을 가지면 성불하지 못한다고 하던가. 비슷한 이야기였다. 몸도 다른 기억들도 전부 다 사라졌지만 가장 깊은 곳에 지독하게 남아 있는 집념들은 똘똘 뭉쳐 자신들이 있어도 되는 곳을 찾아 헤맸다. 그게 장소든 사람이든 상관없었다. 선한 마음은 고이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이에게 전해지고 퍼져서 남는다. 그러나 악의는 달랐다. 그대로 가라앉고 썩는다. 그리고 다른 희생자를 찾아 잡아먹는 것이다. 이 빌딩에 고인 것은 그런 썩은 마음에서 시작된 악귀들이었다." (79p)

애초에 달의 여신이 될 운명을 타고난 보름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이유를 떠올리면 몹시 화가 나면서도 슬프지만, 보름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 마음이 세상을 구했으니 말이에요. "당신이 돌아오라고 했잖아." (283p) 라고 '산호'가 말하는 장면에서 뭉클했네요. 뜨겁고도 깊은 사랑과 믿음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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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터스 - 한국의 수집가 17인
이은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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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모아 본 적이 있나요?

개인의 취향 혹은 취미일 수 있는 '수집'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작은 띠부실부터 서적, 만년필, 미술품, 골동품까지, 무언가를 모으는 일의 기본은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유독 미술품을 수집하는 아트 컬렉터에 대해서는 금수저의 취미생활이나 투자 개념으로 바라보는 측면면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아트 컬렉터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이라서 궁금했는데, '아트 컬렉팅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아트 컬렉터스》는 미술 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숨은 손, 한국의 수집가 17인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인 저자는 다양한 아트 컬렉터를 만나 인터뷰하면서 공부하지 않는 컬렉터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돈보다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하네요. 중앙일보 '더 컬렉터스'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연재한 내용들이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네요. 우리 시대, 우리 곁의 아트 컬렉터와 그들의 놀라운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 느낌이었네요.

이 책에서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수집하기 위해 돈과 열정, 에너지를 쏟아붓는 데에 진심인 아트 컬렉터들을 만날 수 있어요. 서정기 패션 디자이너, 노재명 아트 오앤오 대표, 홍원표 탑여성앤탑성형외과 원장, 이영민, 대전복합터미널 부회장,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주재윤 소나무한약국·(주)셀라돈 대표, 안혜령 리안갤러리 회장,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황인규 CNCITY 에너지 회장, 윤영준 이젤대표 · 이가현 이젤 이사,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 심준섭 오프닝 대표, 이상준 (주)더프리마 회장까지 직업과 취향은 다르지만 소장한 작품들을 통해서 예술적인 열정과 안목을 엿볼 수 있네요. 가장 젊은 세대에 속하는 노재명 · 박소현 부부는 90년대 생으로 소장품 수가 적지 않은 데다가 수장고를 마련할 정도로 진심이라는 점이 놀라웠어요. 이들 부부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재미라고, 젊은 작가여도 마음에 들면 과감하게 산다는 주의라서 소장품 중엔 20대 작가, 30대 초·중반 작가의 작품이 꽤 많다고 하네요. 좋아하는 작품을 항상 가까이에 두고 보고 싶기 때문에 구매하는 거라서 좀 더 새로운 것, 재미있는 걸 찾는 즐거움이 여기까지 이끈 힘이라고 하네요. "컬렉팅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60p)라고 강조하면서 미술품을 너무 투자 목적으로만 사는 것, 특히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덩달아 사는 것은 오답일 확률이 높고, 가장 정확한 오답은 사기도 전에 팔 생각부터 하는 거라고 지적하네요. 작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서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건 투기일뿐, 진정한 미술품 수집과는 거리가 멀다는 거예요. 여기에 소개된 아트 컬렉터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들에겐 예술이란 무엇이며, 소장품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였네요. 그동안 좁은 시선으로 아트 컬렉팅을 바라봤는데, 진심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 덕분에 세상과 예술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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