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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벤 앰브리지 지음, 이지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동적인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충격적인 이야기에 경각심을 느낄 때마다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이 그 이야기의 주체로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네요. 맨체스터대학교 심리학과 벤 앰브리지 교수는 연구 보조금을 따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찾게. 자네 연구의 중심이 될 만한 서사를 고르라고." (10p)라는 조언을 따랐더니 그 방법이 제대로 먹혔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연구에서 사용한 이야기, 서사는 작가들이 쓰는 마스터플롯 중 가장 적합한 플롯을 선택한 것이고, 그 마스터플롯이 인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무려 20년이 걸렸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는 심리학자 벤 앰브리지 교수의 20년 연구의 결과물이자 깨달음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의 핵심은 마스터플롯은 우리 모두의 것이며, 누구든지 마스터플롯의 유일무이한 힘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저자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로 여덟 가지 마스터플롯을 제공하고 있는데, 각 마스터플롯 속의 재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야기 뒤에 놓인 과학, 심리학을 만날 수 있어요.
"지루하고 막막한 인생을 뒤바꾸고 싶다면 퀘스트 마스터플롯,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면 언탱글드 마스터플롯,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카로스 마스터플롯, 해로운 물질·사람·사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괴물 마스터플롯, 반드시 이기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불화 마스터플롯, 모두의 응원과 사랑을 받고 싶다면 약자 마스터플롯, 삶과 죽음에 의미를 찾고 싶다면 희생 마스터플롯, 밑바닥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구멍 마스터플롯" 으로 현실 세계과 연관지어 해석한 점이 흥미로웠네요. 스터플롯이 우리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안다면 인생은 달라질 수 있어요. 이야기가 인생의 무기라면 우리는 그 무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저자는 개인적인 이익을 넘어 인류를 구하자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여덟 가지 마스터플롯을 제대로 습득한 이들이 많아진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마스터플롯은 인간의 행동을 조작하는 도구이며, 모든 도구가 그렇듯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를 속이고 농간을 부리고 호도할 수 있지만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인간 행동의 진수를 뽑아내 초집중된 형태에 담아내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마스터플롯은 인류가 달에 가고(퀘스트) 기아에 맞서 싸우며(희생), 중독을 이겨내고(괴물), 혈수를 종식시키고(불화), 슬퍼하는 부모에게 위안을 주고(이카로스), 부부를 갈라서게 만들고(언탱글드), 스포츠팀이 5천 대 1의 확률을 뚫고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을 준다(약자). 마스터플롯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마스터플롯의 유일무이한 힘을 완벽하게 익히면, 우리가 살리고 (아마도) 코앞으로 다가온 인류의 멸종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9-20p)
"인류를 구하는 일이 이 책이 하기에는 너무 야심찬 목표라면 보다 겸손한 목표도 있다.
나쁜 놈들이 이기도로고 내버려두지 말자. 혹은 최소한 매번은 아니게 하자." (38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