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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쟁 1 -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
박순찬 지음 / 아라크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근래 오마이뉴스의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을 즐겨 보고 있어요.
12.3 내란 사태 이후 매일 시사뉴스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사만화까지 찾아보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장도리 카툰>은 오늘의 시사 뉴스를 한 장의 그림으로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늘 감탄하고 있어요. 바로 그 박순찬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네요.
《환쟁 1》은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을 다룬 역사 만화예요.
이 책은 한국 시사만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도영 작가의 삶과 그림 이야기를 통해 대일항쟁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어요. 첫 장에는 시대와 인물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국 근현대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네요.
"이도영은 한국에서 최초로 만화를 연재한 근대 서화가이다. 1909년 6월 2일, 대한협회에서 창간한 『대한민보』는 당시 총 4면으로 이루어진 신문의 1면 중앙에 '삽화'라는 이름으로 이도영의 그림을 목판 인쇄하여 배치하였다. 한국에서 최초로 그림을 다량 인쇄하여 미디어를 통해 정기 연재한 것이므로, 이를 한국 최초의 만화로 여기고 있다. ... 이도영의 만화는 급변하는 세태를 면밀히 관찰했으며,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권력자의 허상을 벗겨 내었다. 이것은 인민의 시각으로 현실을 직시한 것이었으며, 그 바탕엔 리얼리즘 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4-5p)
『대한민보』는 한국의 대표적 민족주의적 신문으로, 독립 정신과 계몽운동을 목적으로 창간되어, 한국 근대 언론사의 토대가 되었으며, 이도영 작가의 창간호 삽화는 이 땅에 '만화'가 시작되는 역사적이자 상징적 사건이라고 하네요. 1910년 국권피탈로 인해 약 1년여 만에 폐간되기 전까지 약 348편의 작품을 게재했다고 해요. 대일항쟁기부터 현재까지 시사만화는 위기와 침체 속에서 정치적 풍자와 해학적 표현으로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를 드러내며 저널리즘의 한 축을 지켜왔다는 사실이 큰 의미로 다가왔네요. 일제의 강압으로 나라를 잃고 치욕을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는데, 이도영을 포함한 구한말 화가들과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맞서 싸웠는지를 알고 나니 자랑스러운 항쟁의 역사였네요.
1권에서는 사대부 출신이 이도영이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시대상과 함께 기생으로 가장한 살수 서매향의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실존 인물인 이도영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긴장감 넘치는 역사 드라마를 만날 수 있네요.
"살아 있는 현실의 모습을 그리는 자들이 환쟁이라면
나는 사대부를 버리고 환쟁이가 되겠네." (74-75p)
"매향아, 지금 조선은 두 개의 적과 싸우는 중이다.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자들과 조선을 팔아넘기려는 자들이다.
그 두 세력과의 전쟁이니 사실 우리에겐 무모한 저항이다. 그러나 패배한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패배하더라도 저항했다는 흔적은 남는다. 그 흔적을 따라서 훗날에도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18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