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 - 과학 전문기자가 전하는 세상 속 신비로운 이야기
모토무라 유키코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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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놀라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네요.

다만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나왔어요. 과학 전문기자가 쓴 《세상을 읽는 과학적 시선》이라는 책이에요. 20여 년 넘게 과학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모토무라 유키코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썼던 글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라서 다양한 주제의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사, 칼럼 형태의 글이라서 쉽고 재미있네요.

과학 분야는 아니지만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영향인지 노벨상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2025년 3월 기준으로 서른 명, 과학 분야부터 문학까지, 경제학상을 제외한 모든 분야를 수상했다고 하네요. 여기에서는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 씨를 소개하고 있어요. 그의 수상 소식은 일본에서 꽤나 놀라운 일이었대요. 정작 본인도 수상 소식을 알리는 국제전화를 받고 잘못 걸려온 거라고 생각했고, 수상 내용을 해설하기 위해 모인 유명 과학자들도 그가 누군지 몰랐으니 말이에요. 일본 교토의 실험기기 제작회사인 시마즈 제작소 주임연구원인 다나카는 교수도 박사도 아닌, 마흔셋의 기술자인데 역대 노벨화학상 수상자 가운데 학사 출신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새로운 발상과 독창성을 가진 업적 자체만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저자는 "'갑툭튀'가 제일 무섭다"라고 표현했네요. 그는 단백질 등 생체고분자의질량과 입체구조를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이 기법으로 암과 같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신약 개발이 가능하게 만든 업적을 인정받은 거예요.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몰두하는 자세, 그것이 노벨상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네요. 특히 과학 분야는 오랜 기간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함, 인내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것 같아요. 훌륭한 과학자들, 우리나라도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얼마든지 육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물론이고, 우리의 미래는 과학에 달려 있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얇고 넓게, 지구환경과 우주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과학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세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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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 상처받는 관계에 지친 당신을 위한 애착 수업
미셸 스킨 지음, 이규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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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주 사소한 다툼이 점점 감정싸움으로 번질 때가 있어요.

감정이 상하고 난 뒤에야 '이게 이럴 일인가?'라는 자각을 하게 돼요. 인간 관계는 늘 어렵지만 특히 가까운 사이,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소소하게 반복되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관계에서 겪는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을 만났네요.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는 심리치료사 미셸 스킨 박사의 책이에요.

저자는 심리도식치료, 인지행동치료CBT, 수용전념치료ACT, 변증법적 행동치료DBT를 활용하여 대인관계 문제, 체중관리, 분노, 우울증, 불안, 장애, 트라우마를 다뤄왔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연결, 관계를 방해하는 '버림받는 두려움'의 정체를 밝히고, 버림받는 두려움과 밀접하게 연관된 핵심신념인 '불신과 학대', '정서적 박탈', '결함', '실패'를 확인하고, 핵심신념을 자극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내면의 두려움과 자신·타인·세상에 대한 신념은 모두 아동 청소년기에 겪은 경험의 산물이자 자신의 이야기인데 그 안에는 고통스러운 경험과 그 경험들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어요.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에 매여 있으면 불안하고 두려워질 수 있어요. 과거는 늘 우리 안에 있지만 이를 올바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하네요.

"당신은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 속에 갇혀 있었다. 그 이야기는 항상 당신과 함께하며, 스트레스 상황, 불쾌한 기억, 힘든 감정, 부정적인 생각 등에 활성화된다. 마음이 박제된 과거의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마음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 상황에서 내린 결론에 이르는 지름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동 반응이다. 우리는 이 오래된 반응을 현재의 마음챙김 반응으로 바꿔야 한다." (104-105p)

우리가 겪는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 고통 이면에 숨겨진 마음을 알아차린다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갇혀 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에 머물면서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저자는 관계에서 느끼는 고통에 대해 당신은 잘못이 없다고, 그 사실을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네요. 자신과 타인,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신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면 돼요. '나의 가치관 확인하기' 연습으로 자신감을 채우고, 올바른 의사소통 기술을 통해 건강하고 사랑이 가득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어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역시 사랑의 기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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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인텔리전스
로랑 알렉상드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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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눈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바뀐 것 같아요.

유선전화에서 스마트폰까지는 제법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는 느낌이었다면 인공지능의 발전속도는 챗GPT 등장과 함께 쌩쌩 달려가는 느낌이 멀미가 날 지경이네요. 새로 나오는 기능을 다 써보기도 전에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말이에요. 인공지능은 단순히 기술적인 습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 즉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해요. 바로 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나왔네요.

《넥스트 인텔리전스》는 미래학자 로랑 알렉상드르의 책이에요.

저자는 챗GPT가 지능의 전달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인공지능의 기원부터 놀라운 전망, 인공지능 역사, 인공지능이 초래할 다양한 분야의 변화들을 분석하고 있어요. 우선 지능(Intelligence)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로는 인간의 지적 능력, 문제해결 및 인지적 반응을 나타내는 개체의 총체적 능력인데, 인공지능 시대에 진입하면서 똑똑해지는 인공지능에 비해 인간의 추론능력과 새로운 문제해결능력은 점점 감소하고 있으니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은 우리의 인지 능력 자체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해요. 인공지능과 뇌 과학의 융합은 엄청난 문제들을 제기하는데, 인공지능이 뇌를 쉽게 뚫고 들어온다면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진입했고, 인공지능은 디지털 거대기업, 그들의 고객, 혹은 정보기관이 우리 뇌를 이해하고, 영향을 미치고,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다시 말해서 자유의지, 자유, 자율성, 정체성의 개념을 위협하고, 신경과학 기술적 전체주의의 문을 열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를 경고한 사람이 있어요. 유발 하라리는 "개인들은 자신을 전자 알고리즘 네트워크에 의해 끊임없이 감시되고 인도되는 생화학적 메커니즘의 조합으로 보는 데 익숙해질 것이다. 구글이 나 자신보다 나의 정치적 견해를 더 잘 대변할 수 있게 되면, 민주적 선거와 같은 자유주의적 관행은 쓸모없어질 것" (264p) 이라면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적인 의사 결정 능력을 기계에 위임하도록 만드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구글은 우리의 인지적 노력을 크게 덜어줘서 삶을 편하게 만드는 대신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고, 자유의지를 약화시키고, 챗GPT의 위력은 새로운 사상경찰로서 통제와 감시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어요. 그러니 시민들이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글과 페이스북이 필터링하는 현실을, 그리고 화학적 또는 전자적으로 주입되는 생각과 기억을 구별할 수 있도록 돕고,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요. 저자는 초지능 세계에서 지능의 불평등이 그 어느 때보다 사회를 대립시키고, 사회적 결속을 약화시키는 문제에 대해 형제애를 지켜야 한다고, 평등의 가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지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 즉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혁명을 제시하고 있어요. 앞으로 수십 년간 학교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네요. 결국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건 교육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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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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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핀스커 작가의 SF 소설집, 매력적인 이야기에 반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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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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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SF 과학소설 장르를 좋아해도 수상작이나 특정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닌데 이번엔 궁금하더라고요. 최근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국내 최초로 필립K. 딕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거든요. 한동안 뜸했던 장르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 필립K. 딕의 원작 영화 덕분에 SF 소설까지 빠져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새 그 미래가 우리 현실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는 세라 핀스커의 첫 소설집이자 2020년 필립K. 딕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우선 저자는 세계 SF 문학상인 네뷸러상, 필립K. 딕상, 휴고상, 로커스상을 연달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인데 국내 출간은 이번 책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집에는 모두 열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어떤 미래를 그려냈을까요, 예전에는 상상해본 적 없는 세상을 한 걸음 떨어져 구경하는 재미였다면 지금은 어쩐지 낯설지 않은 미래세계에 접속한 느낌이 드네요. VR기기처럼 단번에 몰입되어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네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바람은 바랑하리>에서 우주선의 아이들이 역사 선생님에게 왜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해야 하느냐고, 역사를 무엇때문에 배워야 하느냐고 묻는 장면인데 시공간만 달라졌을 뿐이지 현재 우리의 모습 같았어요.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기 어렵고,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으니까, 아픈 역사라고 해서 지워버린다면 그건 단순히 과거의 기억만 지우는 게 아니라 미래를 없애는 일인 거예요. 역사, 지금 우리가 살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결국 미래를 만드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엄중한 역사의 무게를 느끼는 요즘인지라 소설을 읽으면서도 온신경이 그쪽으로 쏠린 것 같아요. 우주선에 매달린 채 바이올린으로 「바람은 방랑하리」를 연주했던 할머니처럼 누군가는 연주하고, 누군가는 그 선율을 바람에 실려 전해줘야만 해요. 미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숨쉬는 이 안에 함께 있어요. 세라 핀스커의 소설이야말로 우리 내면에 잠든 뭔가를 살랑이는 바람결로 깨워주네요.


"우리가 여기 어떻게, 왜 왔는지 아는 건 중요해. 역사를 모르는 자는 그걸 반복할 운명에 처해 있다고 보통 이야기하지."

"어떻게 반복해요? 우리에게는 석유나 물이 없는데요. 총이나 칼, 폭탄도 없고요. 선생님이 우리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우린 그것들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내 조상이 에밀리의 조상을 죽이려고 했다는 걸 모르는 게 우리에게 더 좋은 일 아닌가요? 심지어 누군가가 그걸 다 지워버려려고 했는데도 선생님은 그게 우리의 새로운 역사에 다시 포함되도록 하셨잖아요."

"내가 아니었어, 넬슨.나보다 전 시대에 일어난 일이었지. 그만하자,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지만 이걸 배우지 않는 건 선택 사항이 아니란다. 역사 반복의 예시를 하나 찾아서 화요일까지 천 단어 이상으로 제출하도록 해."

학생들은 모두 불평을 하며 각각의 게임과 음악을 들으려고 다시 이어폰을 꽂고 문 밖으로 나갔어. 넬슨이 이 작은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나에게는 흥미로웠어. 그의 증조할머니는 올드타임 기억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분이었거든. 내 할머니는 내가 역사에 집착하게 만든 사람이고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택한 이유였지만 해리엇은 넬슨에게는 그런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았어. 넬슨은 내 책상 옆을 지나가면서 중얼거렸어. "언젠가는 모든 걸 다시 지워야 할지도 몰라요." (232-233p)


"오늘 내가 말하려는 건 여러분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여러분은 부서지고 손상된 우리 역사를, 남아 있는 모든 것을 배우러 이 수업에 왔어요. 그걸 더 부서뜨리면서도 후대에 그걸 전달하기 위해서죠. 어쩌면 모든 사실을 그 역사로부터 짜낼 때까지 그걸 계속 비틀어봐야만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 남은 건 우리가 누구인지, 또는 우리가 누구였는지에 관한 어떤 진실일 거예요. 가장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부분이죠." (2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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