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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ㅣ 어른의 과학 취향 1
장홍제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는 화학자 장홍제님의 '취향 과학서'라고 하네요.
이 책을 읽기 전, 궁금했어요. 화학자가 화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학책인데 왜 '취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라고, 근데 첫 장을 펼치자마자 바로 알겠더라고요. 아하, 화학을 마신다는 게 진짜로 마신다는 의미였구나!
"술은 화학에 더욱 각별하다. ... 과학적으로는 더욱 순도 높은 알코올을 만들기 위한, 사심으로 해석하자면 목이 타들어가는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더 독한 술을 얻기 위한 증류 distillation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실험 기법이기도 하다. 어릴 적에는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성인이 된 순간 청춘과 추억의 모든 순간에 함께했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야 비로소 진정한 기호식품이라는 무게를 갖게 되는 술. 술이라는 물질의 모든 부분을 화학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 되는 불편함이 아닌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1p)
오, 그러네요.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의 측면에서 취향 저격이네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화학의 세계로,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술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니 말이에요. 술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과학자보다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저자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술과 화학의 세계를 설명해주고 있어요. 모두 열한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을 '잔'으로 표현하여, 첫 잔은 술을 마시는 이유로 시작하여 열 번째 잔은 술의 마법과 속임수를, 마지막 잔은 술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재미난 이야기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기에, 세헤라자드의 천일야화가 탄생한 게 아닐까요. 물론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은 웃음이 팡팡 터지는 재미와는 결이 다르지만 '와, 신기하다!'와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술이 몸을 파괴하는 독임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위험은 삶의 묘미이고, 가끔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라는 앤서니 홉킨스의 이야기처럼 술이 가진 매력은 의미 있다. 특히 물이 녹이지 못하는 물질을 균질한 액체 용액으로 만드는 알코올의 역할은 화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발명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다. 알코올이라는 하나의 성분 자체로는 간단하지만, 술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본다면 너무나 복잡한 이 혼합물은 하나씩 분해되어 완전히 해석되었으며, 인류는 이제 술이 만드는 작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139-140p)
어른의 과학 취향 시리즈 첫 번째 책답게, 술의 본질인 알코올 속에 숨겨진 화학지식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취해버렸네요. 술 이야기는 아무리 많이 마셔도 숙취가 없으니 좋네요. 평소 술보다는 술이 주는 분위기를 좋아하다 보니,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적정한 선에서 제어가 되더라고요. 살짝 취기가 오르면 딱 거기까지, 더 이상 마실 이유가 없어서 기분 좋은 상태로 마무리했던 것이 참으로 다행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오랫동안 오늘 우리의 행복한 순간을 위한 건배를 외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