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나태주 지음 / 니들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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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생을 주제로 한 책은 가볍게 읽기 어려워요.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일 수도 있지만 왠지 진지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이번 책은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마냥 편안하고 다정했네요. 인생을 무겁게 만드는 고민들이 있다면 잠시 내려놓고, 산책하듯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풀꽃 시인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원래 EBS 강연 프로그램인 클래스e에서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던 내용으로 책으로 묶어낸 거래요. 젊은 청춘들에게 건네는 마음의 편지와 같은 글이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수록되어 있어요. 칼 라르손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그린 수채화 시리즈로 유명한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따뜻한 분위기에 절로 마음이 환해지고 행복해져서 풀꽃 인생수업과 정말 잘 어울려요. 제가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행복」 이라는 시를 보면,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88p), 이 행복을 칼 라르손의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나태주 시인은 우리에게 시인의 시선으로, 달리 보면 달라 보인다고 이야기하네요. 모두 열두 가지 주제로 자기애, 자존감, 결핍, 인생, 행복, 사랑, 터닝포인트, 시, 가족, 삶의 담론, 성공, 죽음에 대해 특별한 인생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나태주 시인의 인생 이야기와 시 그리고 칼 라르손의 그림까지, 인생수업이라고 했지만 수업이 아닌 즐거운 산책과도 같은 시간을 선물해주네요. 산책 갔다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기분을 느꼈네요. 역시나 나태주 시인의 「산책」이라는 시, "백합꽃 향기 너무 진하여 저녁때 / 대문이 절로 열렸네." (94p) 를 공감하게 되네요. 시인은 적막했던 시절 아내분과 산책하며 느끼고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해요. 산책을 오래 하다가 지칠 때, "여보, 이제 집에 갑시다." 라며 가던 길을 돌아서 집 쪽을 향하면 마음속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거예요. 갑자기 걸어온 길이 짧아지고,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갈 때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이 좋더래요. 멀게 느껴졌던 길이 처음보다 가깝게 느껴진 건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진 거라고, 우리는 실제 거리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로도 산다는 거예요. 그러니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가 없겠지요. 문제는 마음이라는 것,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걸. 다들 알면서도 마음대로 안 될 때는 그 마음을 다독여줄, 따뜻한 책을 만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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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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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삶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시점이 오겠지요.

아직은 그럴 정도로 내면이 무르익지 못했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하지만 《바움가트너》를 통해서 그 마음을 엿본 느낌이에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폴 오스터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요. 투병 중이던 폴 오스터는 이 소설의 주인공을 은퇴를 앞둔 바움가트너로 정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움가트너의 삶이 묘하게 폴 오스터와 겹쳐져 보이게 만들었네요. 소설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인공과 수많은 타인들을 이어주고, 독자들에게도 옆자리를 내어주는 것 같아요. 10년 전 아내 애나를 잃은 바움가트너가 불현듯 아내에 대한 기억들을 끄집어내면서 잔잔했던 그의 일상에 물결이 일렁이게 되는 이야기예요. 애나와 바움가트너의 첫 만남, 그건 분명 우연이었을 테지만 특별한 인연은 운명이라고 부르지 않나요. 5월 말의 어느 오후 앰스터댐 애비뉴의 헝가리안 페이스트리 숍에서 '우연히' 애나의 옆 테이브에 앉았던 바움가트너는 그곳에 앉을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거기가 그가 앉을 수 있는 유일한 빈자리였기 때문이에요. 슬쩍 로맨스적인 요소를 얹고 싶어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꾸며댈 수도 있지만 그때 그 순간 애나는 읽고 있는 책으로 얼굴이 가려진 상태였어요. 중요한 건 바움가트너가 애나 옆자리에 앉았고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고전적인 의미의 연애편지는 아니지만 꽤나 많은 양의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워나갔다는 거예요. 애나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미발표 유작들이 바움가트너가 집필하고 있는 원고들과 뒤섞여, 아주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던 무언가를 끌어내고 말았네요. 2024년 4월 30일, 일흔일곱의 생애를 살다간 폴 오스터는 우리에게 《바움가트너》를 남겼고 그의 빈자리는 수많은 작품들이 대신하겠지요. 주디스는 사람과의 연결을 강조했지만 바움가트너는 삶의 이야기를 통해 한층 친밀하게 다가왔네요. 책 덕분에 삶은 더 좋은 것이 되었네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1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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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를 향해 쏴라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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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들은 부조리한 시대의 희생자이면서 부조리한 삶을 적극 수용한 사람들이었다.

내게 그들의 이러한 모습은 또 다른 숙제였다. 그렇게 해서 그해 5월은 내 마음속에 깊은 상처와 또렷한 기억을 남기고 지나갔다. 사람을 죽이는 한 자루의 권총과 실탄 3발을 남겨 놓은 채." (197p)


5월 18일이 다가오네요.

45년 전 그 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신군부에 맞서 싸웠고, 계엄군들은 무자비하게 광주 시민들을 진압했어요.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신군부는 저항하는 세력을 적색분자, 불순세력, 폭도 등으로 규정하며, 언론에서는 광주사태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가짜뉴스를 퍼뜨렸어요. 선량한 시민들을 하루 아침에 폭도로 둔갑시켜 총칼을 겨눴던 그날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태오와 유키코, 두 사람은 이방인처럼 낯선 그곳에서 처음 만났고, 그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됐으나...

《부조리를 향해 쏴라》는 최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제목만 봤을 때는, 부조리를 향해 뭔가를 쏘는 주체는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었네요. 소설은 주인공 태오를 부조리한 역사와 시대에 던져버렸네요. 현대사의 비극적인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고, 주인공은 부조리한 세상, 바다 위를 표류하는 것 같아요. 과연 부조리는 무엇일까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부조리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태오에게 수지는 이렇게 말했어요. "부조리에 대항하는 한 세상은 보이지 않을 거예요. 부조리에 역류하는 한 자신은 찾을 수 없을 거예요. 부조리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만이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378p)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태오는 그 의미를 알게 되는데, "부정과 저항과 적개심으로 가득찬 삶은 결국 추락한다는 뜻이었다. 나방처럼 불을 보고 달려드는 인간은 반드시 타버리고 만다. 부조리에 저항하는 사람은 뼈저리게 절망할 수밖에 없다. 부조리를 껴안고 입맞추는 사람만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부조리는 이기고 꺾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순응하는 대상이다." (378p) 라는 거예요. 80년대 청년 태오가 살아온 삶, 그 끝에서 현재 우리 사회를 만나게 되는데, 참으로 충격적인 결말이네요. 부조리 그 자체, 적나라한 민낯을 목격하게 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이야기였네요. 그들이 아닌 바로 나, 부조리해진 나를 마주하는 것이 최종목적지였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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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 읽기와 필사 -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파면 결정문 전문 수록
대한민국.헌법재판소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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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했어요.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 읽기와 필사》라는 책이 출간된 것은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헌재에서 주문을 낭독한 즉시 대통령은 파면되었어요. 이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음을 공식적으로 선고한 거예요.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안이 인용되었을 때만 해도 이토록 정상화 과정이 험난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하루하루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보니, 확실한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혼란한 기류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네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파면 결정문 전문을 읽고 직접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첫 장을 펼치면 왼편은 결정문이 나와 있고, 오른편은 유선노트로 되어 있어서 한 장씩 끊어 읽어가며 문장을 따라 쓸 수 있어요. 눈으로 그냥 읽는 것과 읽은 내용을 써 보는 것의 차이점은 둘 다 해봐야 비교할 수 있어요. 차근차근 읽다보니, 내란 우두머리 피청구인의 황당한 주장들에 대해서 "피청구인의 판단은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명확하게 적혀 있네요. 비합리적이고 자의적인 주장이라 함은 한 마디로 '헛소리'라는 거예요. 바로 그 파면당한 대통령이자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비공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여 내란 혐의와 관련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던 자에게 형사재판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어요. 윤석열에게만 관대한 재판, 이것은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며, 사법부의 공정성과 신뢰를 깨는 일이네요.

"피청구인이 선포한 비상계엄과 그에 수반하여 행한 일련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들은 그 즉시 헌법적 가치와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후 군경을 투입시켜 국회의 헌법상 권한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병력을 투입시켜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도록 하는 등으로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하고,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 일련의 행위는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으므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 피청구인의 국회 통제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결과적으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었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법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 결국 우리의 헌정사적 맥락에서 ... 국민들에게 준 충격과 국가긴급권의 남용이... 피청구인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어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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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여사의 월간 집밥 - 한 번 요리로 한 달이 편한 밀프렙
김수림 지음 / 싸이프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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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따뜻한 집밥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책이 나왔네요.

어라,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고?

《따뜻한 여사의 월간 집밥》은 유튜브 채널 '따뜻한 여사'의 운영자 김수림님의 책이에요.

이 책은 24만 구독자가 극찬한 '획기적인' 요리 레시피북이에요. 여기서 '획기적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기발한 생각의 전환으로 기존의 집밥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에요. 대부분 집밥이라고 하면 갓 지은 밥과 국, 찌개, 그리고 반찬들로 구성된 한상 차림을 떠올리는데, 매 끼니를 먹기 직전에 차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반찬은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둔 것을 꺼내게 되고, 국이나 찌개를 새로 만들 때가 많아요. 사용하고 남은 식재료는 오래 두면 상하기 때문에 부랴부랴 요리를 하거나 시기를 놓치면 버릴 수밖에 없어요. 냉동실에는 냉동식품 위주로 채워져 있고, 기본적인 식재료인 마늘이나 대파, 손질한 생선이나 해산물 정도를 보관하고 있는데, 가끔 사골육수나 국물이 많이 남아서 얼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부러 얼린 적은 없더라고요. 그동안 냉동실은 손질한 식재료를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던 거예요. 냉동된 식재료 중 고기의 경우는 해동하면서 식감이나 맛이 떨어질 수 있는데, 완전히 요리된 음식은 얼려두면 비교적 맛이 보존된다는 것, 이걸 생각 못했네요.

따뜻한 여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한 가지 메뉴를 미리 한 번에 요리해서 얼려뒀다가 아무 때나 꺼내 먹고 싶을 때 데우기만 하면 된다는 거예요. 보통은 일주일치 식사를 미리 준비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던 것을 냉장고 대신에 냉동으로 만드는, 냉동 밀프렙이라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은 거죠. 냉동 밀프렙은 식재료를 남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요리 시간을 단축하고, 언제든지 꺼내어 전자렌지에 5분만 돌리면 맛있는 한 끼를 챙길 수 있네요. 저자의 냉동 밀프렙 노하우는 주부들의 집밥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주는 묘수였네요. 연간 제철 식재료부터 장 보기 노하우, 냉장고 정리 노하우, 양념과 계량법, 기본 킥 재료와 밀프렙 도구,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계절 냉동 밀프렙 레시피까지, 요리 초보자들도 거뜬히 도전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잘 설명되어 있네요. 맛있는 집밥 요리를 이보다 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싶네요. 무엇보다도 남기는 재료 없이 알뜰살뜰 한 끼를 준비할 수 있고, 매일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네요. 짧은 시간 안에 편리하게 요리하는 능력자, 따뜻한 여사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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