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ㅣ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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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지식 유튜버 이클립스의 일곱 번째 책이 나왔네요.

매번 어떤 주제가 나올지 기대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서열', '지위게임'을 다루고 있네요. 그동안 아는척 할 수 있는 지식,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서열의 법칙'은 은밀하게 대처하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서열에 대해서는 저자의 말처럼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초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서열을 올리는 기술이니 말이에요. 우리의 일상,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고 있는 인간 관계의 서열 구조를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물이 세계척학전집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인 《서열의 교양》이네요.

교양인답게 우리는 한 권의 책으로 스물네 명의 학자가 연구해 온 침팬지 무리, 감옥, 실험실, 궁정 등등 서열, 권력, 지위 경쟁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네요. 세계척학전집 시리즈를 읽어 온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책에는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실전 가이드가 나와있어서 독자 스스로 원하는 목적에 따라 읽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네요. 똑같은 내용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결과값은 달라지네요. 특히 이번 주제는 내용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한데 그 이유는 서열의 실체 때문이네요.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모두 알고 있는 서열은 언제나 다른 이름으로 다가오고, 원하는 자리를 얻었다고 해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일상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위축감이나 억울함은 본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 숨겨진 지위의 법칙, 즉 게임의 룰을 알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네요. 동물의 세계와는 달리 인간 사회는 노골적인 힘 겨루기식의 서열이 아니라 취향, 능력, 말투, 옷차림 등 새로운 기준으로 나뉘네요.

부르디외는 『구별짓기』에서, "취향은 분류한다. 그리고 그것은 분류하는 자를 분류한다. 사회적 주체들은 자기가 만든 분류에 의해 분류되며, 아름다움과 추함, 세련됨과 저속함 사이에 자기가 그은 구별을 통해 자기를 드러낸다. 그 구별 속에서 그의 객관적 위치가 표현되거나 폭로된다." (157p) 라면서 개인의 취향은 저마다의 개성이 아니라 출신 배경을 드러내는 기준이 되며, 내가 남의 취향을 판단하는 순간, 그 판단이 나를 드러낸다고 했네요. 부르디외의 시대에는 전통적인 계급 사회라서 구별이 단순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문화적 취향과 소비에 따른 구별짓기의 양상이 더욱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변했네요. 결론적으로 서열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위의 법칙, 서열 게임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함을 갖추는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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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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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웃는다, 숲이 웃는다고요?

즐거운 일을 상상했는데 숲에서 다섯 살 아이가 실종된 사건으로 시작해서 깜짝 놀랐네요.

오기와라 히로시 작가의 장편소설 《웃는 숲》은 '숲의 비밀'을 밝혀내는 이야기네요.

앞서 실종된 아이는 싱글맘 미사키 씨의 아들 마히토인데 세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 ASD 진단을 받았고 경도의 지적 장애도 동반하여 말이 느리고 하나에 꽂히면 집착적인 행동을 보이네요. 텔레비전을 보던 마히토가 애니메이션이 끝나고도 이어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본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네요. 나무를 좋아하는 마히토에게 연리목이라는 신기한 나무가 눈에 들어온 거죠. 나무를 보러 가고 싶어하는 아들을 위해 촬영장소인 가미모리라는 숲에 갔다가 딱 한 장 사진을 찍는, 그 짧은 순간에 마히토가 사라진 거예요. 마치 사람이 아니라 숲 자체가 아이를 데려간 것처럼.

작년인가 괴담 관련 프로그램에서 '한 번 들어가면 출구를 찾지 못해 영영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을 가진, '자살의 숲'으로 악명 높은 숲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서, 미스터리 호러 장르인가 싶어 초반에 가슴을 졸였네요. 소설 속 가미모리 숲은 가상의 장소지만 이미지가 딱 그곳을 연상시키네요.

11월의 가미모리 숲, 알고 보니 이곳은 개발되지 않은 울창한 원생림인 데다가 길을 잃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소문이 난 곳이었네요. 경찰 수색대가 동원되었지만 찾지 못한 채 자정 무렵에 돌아갔고, 미사키 씨는 혼자 헤드랜턴과 달빛에 의지해 밤의 숲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고 다음 날 수색대에 발견되었네요. 해가 지면 수색이 중단되니 미사키 씨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죠. 다섯 살 아이가 혼자 추운 숲속에 남겨진 상태라면 하루도 버티기 어려울 테니까요. 수색 일곱째 날, 마히토는 처음 보는 빨간 목도리를 두른 채 기적처럼 무사히 돌아왔네요. 누군가 먹을 것을 제공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아이는 '곰아저씨를 만났다'라고만 말했네요.

과연 일주일 동안 아이와 함께 있었던 곰아저씨는 누구일까요.

가미모리 숲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숲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다섯 살 마히토인데 '곰아저씨' 외에는 단서가 없네요. 아니 한 가지 더, 결정적 단서가 되는 노래가 등장하네요. 일본어 제목은 '숲속 곰 아저씨'라는 동요인데 원곡은 미국의 전통 민요이자 보이스카우트 노래 「The Other Day, I Met a Bear / The Bear Song」 라고 하네요. 참으로 다행스러운 점은 아이의 실종이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오히려 숲에서 돌아온 마히토의 변화를 보면서 궁금증이 더해졌네요. 나무는 겉보기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알아채기 어려운 방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소통한다고 하네요. 나무들이 모여 있는 깊고 어두운 숲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호러 장르에서 휴먼 드라마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숲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였네요.





#웃는숲#오기와라히로시#북다#오기와라히로시장편소설#곰아저씨#행방불명#자폐아동#휴먼드라마#일본소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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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 - 정보·선택·용기로 완성하는 마지막 삶의 설계
박동자 지음 / 예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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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매우 껄끄러운 주제였네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뭔가 두려움이 생겨서 일부러 피했던 것 같아요.

근데 책 제목을 보면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는 자각을 했네요. 막연하게 죽음을 생각하거나 철학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삶의 마지막을 설계하는 데에 필요한 내용이라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네요.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는 살던 곳에서 나답게 존엄한 임종을 맞이하는 방법을 사회보장 제도와 실천적 정보의 관점에서 풀어낸 웰다잉 안내서예요. 3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사회보장 현장에서 근무한 저자가 독일의 선진 돌봄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면서 한국과 독일의 제도를 비교하게 되었고, 그 차이는 제도 자체보다는 어떻게 연결되고 활용되는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요. 좋은 제도는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제대로 알고 선택하며 활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귀국 후에 가정형 호스피스 간호사, 노인의학 전문의, 사회복자사, 의료와 돌봄 현장의 실무자, 치매 환자의 가족들을 비롯한 돌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여 실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즉 제도적 한계와 대안에 대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네요.

이 책에서는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죽음, 건강, 관계, 경제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노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현행 제도의 미비로 인해 고통을 겪는 유족의 이야기로 시작해 가정형 호스피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요양서비스, 치매 돌봄에 관한 현장의 이야기와 전문가와의 인터뷰가 나와 있어서 궁금한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네요. 호스피스 제도부터 연금까지 현직 전문가들이 짚어주는 생생한 정보를 통해 선택의 용기를 얻을 수 있네요. 웰다잉에 관한 정답은 없지만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네요. 연로한 부모님을 둔 자녀 세대뿐 아니라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삶의 마지막까지 설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제도와 연계된 입체적인 관점으로 노후 설계를 위한 방법을 세밀하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유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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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돈이 들어 -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ㅣ 나비클럽 소설선
박하익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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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뺏으려고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악질적인 로맨스스캠 범죄에 관한 잔혹 미스터리 앤솔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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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돈이 들어 -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ㅣ 나비클럽 소설선
박하익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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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눈이 멀어, 사기를 당하는 것도 몰랐던 사람들이 있네요.

SNS, 데이팅 앱, 메신저 등 온라인으로만 접근하여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상대방의 호감과 신뢰를 쌓은 뒤에 금전을 가로채는 신종 범죄, 이른바 '로맨스 스캠'의 피해자들 얘기네요. 뻔한 거짓말을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다들 당하기 전에는 쉽게 말하지만 피해자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어리숙해서 속는 게 아니네요. '로맨스'라는 아름다운 단어에 따라붙은 '스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화된 비대면 소통이 범죄도구로 악용되었다는 걸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네요. 사랑이 뭐길래, 어떻게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에게 푹 빠져서 거액을 송금하게 된 걸까요. 안타깝게도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건 돈뿐만이 아니라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그랬다. 유령 놀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놀음이다.

현실이 과연 그것보다 좋은가? 사랑과 진실.

그것을 현상과 그 이면의 진실이라는 가로축으로 나누지 않고

세로로 나눈다면.

유령 놀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절반은 진실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2p)

《사랑에는 돈이 들어》는 나비클럽 편집장 한이 님이 기획한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앤솔러지라고 하네요.

이 책은 현재 한국 미스터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 4인의 단편 4편과 전현진 기자의 특별 르포르타주로 구성되어 있네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인 '사랑'을 미끼로 삼아 상대의 심리를 조종하는 '로맨스 스캠' 범죄를 다룬 소설이라서 그런지, 웬만한 미스터리 소설 못지 않은 긴장감과 섬뜩함이 있네요. 박하익 작가의 <사랑에는 돈이 들어>는 놀라운 반전이, 서윤빈 작가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모순된 감정이, 김아직 작가의 <봐라니 연가>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공포를, 정명섭 작가의 <할머니 수사단>에서는 뜻밖의 통쾌함을 주네요. 4인 4색의 이야기를 통해 로맨스 스캠 범죄의 실체가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피해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게 되었네요. 경제적 손실보다 정서적 관계를 잃는 것이 더 두려운 사람들, 상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의심보다 앞서게 되면, '사랑에 눈 먼' 피해자가 되는 거예요. 전현진 기자의 르포르타주를 보면 로맨스 스캠 범죄를 위한 완벽한 사랑의 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네요. 외로운 이들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말을 곱씹게 되네요. 범죄자들은 사랑을 이용한 게 아니라 외로움을 파고든 거예요. 온라인상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사랑하는 척 연기할 때, 아닌 줄 알면서도 애써 눈감고 속을 만큼 외로웠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빼앗긴 돈보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버려서 더 괴로워하는 마음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네요.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범죄자들을 한 방에 때려잡는 완벽한 방법은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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