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인이다 - 122센티미터의 엄마보다 커지고 싶지 않은 아홉 살 소녀 시드니의 이야기 책꿈 3
앰버 리 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아홉 살 시드니는 늘 작아지려고 틈만 나면 '작아지는 주문'을 외워요. 그건 엄마 키가 122센티미터라서, 엄마보다 더 크고 싶지 않아서예요.

아빠는 시드니가 다섯 살, 언니 제이드가 아홉 살 때 돌아가셨어요. 아빠도 키가 작아요. 아빠가 병원 신세를 지기 시작할 무렵에 언니 제이드에게 작아지는 비결을 알려 줬대요. 시드니는 작은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늘 궁금해요. 아주 어릴 적 시드니 가족이 참석했던 소인 정기 총회와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때 아빠와 엄마가 정말 즐거워했다는 거랑, 작은 건 참으로 특별하다고 느낀 것 말고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어요. 하지만 아빠가 왜 시드니와 제이드가 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지 알 것 같았어요. 그래야 가족 모두가 항상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아빠는 작아지는 법을 언니에게 가르쳐 준 거예요. 사실 시드니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요즘 시드니와 언니 제이드, 엄마 에이미는 아빠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아요. 아빠가 엄청 보고 싶고 그립지만 모두 안 그런 척 하는 거예요. 아마 아빠를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엄마일 거예요. 거인들의 세상에서 유일한 난쟁이로 산다는 건, 정말 무섭고 외로운 일이 틀림없을 거예요. 언니 제이드는 겨우 열세 살이지만 부쩍 키가 커졌고, 아홉 살 시드니는 또래보다는 작지만, 분명 엄마보다는 커졌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아빠와 함께 운영하던 가구점이 어려워져서 문을 닫게 되었어요. 시드니 가족은 추억이 담긴 런던 집을 떠나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 포츠머스로 이사를 가게 돼요. 낯선 학교로 전학가는 일이 아이들에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낯선 사람들이 시드니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불편해요. 지난번 마트에 갔을 때 어떤 남자가 엄마보고 일곱 난쟁이 중 몇 번째냐고 물었어요. 어떤 사람은 엄마를 번쩍 들어 올리려고 한 적도 있어요.

영국은 우리와는 좀 다를 줄 알았어요. 왜소증을 가진 부모와 두 딸에게 향하는 시선. 물론 피터스 할머니와 우 아저씨와 같은 좋은 이웃들도 있지만... 우 아저씨의 피시 앤 칩스 가게는 음식을 사면 포춘 쿠키를 줘요. 이사를 떠나기 전, 세 모녀의 포춘 쿠키에는 이런 글귀가 적여 있었어요. 엄마 건 "더 크게 생각할 때다." , 언니 제이드 건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시드니 건 " 변화가 성장을 불러 온다." 였어요.

불행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빠는 돌아가셨고, 경제 상황은 어려워지고, 큰딸 제이드는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이 모든 짐을 엄마 혼자 떠안게 되었어요. 영화나 드라마처럼 갑각스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아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어려움을 견디고, 서로 토닥여 가며 극복해가는 과정이 그려져요.

<우리는 거인이다>를 읽으면서 감동했던 건 특별한 행운이나 사건이 아니에요. 엄마 에이미가 보여준 사랑이었어요. 그리고 아홉 살 시드니의 치열한 성장통.  이 세상에 가족이 없다면 정말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시드니네 가족은 굳건한 사랑으로 어떤 시련도 다 극복해낼 거라고 믿어요. 시드니는 늘 작아지려고 애썼지만 결국에는 몸과 마음도 더 커져버렸네요. 사실 아빠는 딸들이 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드니가 오해했던 거예요. 마지막에 시드니는 포춘 쿠키를 열어 보지 않았어요. 더 이상 상관 없다고, 상황은 늘 변하고 자신은 성장할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와, 완전 놀랍고 대견한 것 같아요. 이른 아침 햇살에 세 모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마지막 장면, 바로 우리의 멋진 작은 거인들이 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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