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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만나다 - 한용운에서 기형도까지, 우리가 사랑한 시인들
이운진 지음 / 북트리거 / 2018년 2월
평점 :
<시인을 만나다>는 스물다섯 시인의 삶과 여든세 편의 시가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다."라는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쓴 「시」의 한 구절처럼,
자신이 어떤 문장을 첫 줄로 어렴풋하게 썼을 때, 누군가 그것을 시라고 불러 주었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비장한 생각을 했노라고.
잠깐 빛나는 말의 언저리를 맴돌며 시인을 꿈꾸는 일이 그 이후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몰랐다고.
사람을 만나는 대신 시를 읽는 날이 길어지고, 새벽을 맞게 하는 시들이 늘어나고, 좋아하는 시인이 친구 수보다 많아졌다고.
아, 시인을 꿈꾸고 시인이 된다는 건 그런 거구나...
시를 읽을 줄만 알았지, 결코 시인을 꿈꾸지 못했던 건 재능 부족이 아니라 사랑 부족이었나 봅니다.
이토록 시를 향한 강렬한 끌림이 있었기에 어렴풋한 첫 줄을 쓸 수 있는 거구나...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운진 시인(이 책의 저자)이 사랑한 스물다섯 시인의 삶과 여든세 편의 시가 담긴 책.
시인의 삶을 모른 채 시를 읽으면 언어의 반짝임을 잠시 느낄 수는 있으나 그 언어의 깊이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시가 탄생할 수 있었던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비로소 시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에 변절했던 시인들은 외면하고 싶지만 그들의 시는... 그 때문에 너무나 안타까운 산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찌하여 시를 노래하는 그 마음을 저버린 것인지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집니다.
그리하여 윤동주 시인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그 마음이 더욱 서늘하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드문드문 반짝이는 별들... 요즘은 별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별 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만 그 별들을 보는 순간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떠올렸습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나도 모르게 읊게 되는 시라서, 그런데 점점 나이들수록 시가 가슴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인생은 세월을 써내려간 한 편의 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을 만나다> 덕분에 우리나라 시인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윤동주 시인처럼 스물다섯 시인의 이름을 나즈막히 불러봅니다.
한용운, 김소월, 박용래, 박재삼, 이육사, 이용악, 윤동주, 김수영, 신동엽, 김영랑, 정지용, 백 석,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김기림, 이 상, 김광균, 김종삼, 김춘수, 신석정, 유치환, 노천명, 기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