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9월 2일 금요일, 열세 살 소년 나오는 사라졌습니다.

나오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집에서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강가였으며, 물가로 떠내려 온 유목 옆에 혼자 서 있었다고 합니다.

유목 옆에는 나오의 책가방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는데, 묘한 건 책가방에 나오가 사라진 금요일이 아니라 토요일 시간표 책이 들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십삼 년 후, 나오의 엄마 가나에는 흥신소 사장 야리미즈에게 아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묘한 건 가나에가 자신의 집 열쇠를 야리미즈에게 넘겨준 후 어딘가로 떠났다는 점입니다.

<잊혀진 소년>은 실종된 소년 나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닙니다. 나오의 아버지는 살인범으로 9년 간 옥살이를 했는데, 알고보니 진범은 따로 있었고, 무죄가 입증된 그 날, 갑자기 계단에 구르는 사고로 죽고 맙니다. 그리고 23년 후 열세 살 소녀 리사가 실종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사라진 두 현장에 새겨진 표시  // = ㅣ  누가 왜 이런 표시를 남겼을까요.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이 답답했습니다. 어딘가에 풀 수 없는 답답함은, 분노였습니다.

공권력의 횡포.

유전무죄 무전유죄.

예전에 tv를 통해 알게 된 국선변호사 박준영님의 사연이 생각났습니다. 수원 노숙 소녀 사건이 자신의 첫 재심 사건이었는데, 당시 수원역의 노숙 소녀를 집단 구타로 숨지게 했다는 가출 청소년 5명은 자백 강요를 당해 거짓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가출 청소년 5명의 억울함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자라는 누명을 썼던 것입니다. 이 사건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과의 끈질긴 법정 공방 끝에 5명의 청소년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책 말미에 <옮긴이의 글>을 보니 저와 똑같이 박준영 변호사를 떠올리면서 <잊혀진 소년>의 핵심적인 단어를 이야기합니다.

'원죄' - 일본식 표현으로, 죄를 짓지 않고 무고한 사람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의 유기적인 범죄 조작으로 죄를 뒤집어쓴 경우를 뜻한다고 합니다.

바로 이 소설에서 나오의 아버지 데쓰오가 겪은 상황입니다. 처음 차린 가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상황으로 사건 당시 백수였다는 점, 게다가 십 년 전쯤 요리점에서 손님들의 싸움을 말리려다 상대를 다치게 한 전력이 있다는 점. 경찰은 정황상 데쓰오에게 폭력 성향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자백을 강요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경찰들이 데쓰오와 아내 가나에 사이에서 거짓 정보를 전달하여 이혼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그 뒤 아내 가나에와 두 아들 나오, 다쿠는 '살인자 가족'이라는 오명를 안고  힘든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과연 누가 이 불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까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며 정의로운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잊혀진 소년>은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범죄 사건은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지만, 결코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사회가 약자를 만만한 희생양으로 여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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