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에 가고 싶다
이재호 지음, 김태식 사진 / CPN(씨피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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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깊어지면 시詩가 되는 것 같습니다.

<화엄사에 가고 싶다>는 시詩와 사진이 어우러진 책입니다.

한 사람은 전국의 사찰과 문화재,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에 담아냈고, 또 한 사람은 화엄사를 비롯한 여러 곳을 거닐며 시를 썼습니다.

순전히 취미로 사진을 찍는 한 사람은 자신의 사진을 막사진이라 부르고, 또 한사람을 가리켜 막시의 일인자라고 부릅니다.

막시와 막사진의 만남, 이 또한 인연이요 운명이라는 것이 당사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시는 시, 사진은 사진인 것이지, 거기에 '막'이라는 표현은 너무 겸손의 극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고집하겠다면, 이 책을 읽는 저 또한 막독자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느껴지는 대로 시를 음미하고, 그냥 보이는 대로 사진을 감상하면 될 일...

한 권의 책 속에 시와 사진을 함께 담아내는 것이 새로운 건 아닌데, 왠지 이 책에서는 두 사람의 작품을 각각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어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서로 어떤 연결고리를 찾을 필요 없이 각각 따로따로 즐기는 방식이랄까...

시와 사진.

결국 자신이 담고 싶은 걸 각자의 방식으로 담아내는 것일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마음을 한꺼번에 뭉뚱그리면 '그리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리운 마음으로 시들을 마주하니 깊숙하게 감춰 두었던 마음들이 떠올랐습니다. 문득 그리워질 때,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습니다. 어디, 누구, 무엇... 그 대상을 향한 마음이 깊어질 때 내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시인은 아니지만 끄적끄적 써지는 글들이 있고,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찰칵찰칵 찍어대는 사진들이 있듯이.

이 책 속에서 <시인>이라는 시를 보며 공감했습니다. 우리는 꼭 무엇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저 사람으로 살며 느끼며 사랑하면 된다고.


시인

            

                                      -  이재호


나는 시인이 아니다

나는 단지 햇살을 쓸 뿐이다

가끔 바람을 손가락에 모아서

가슴의 뜨거움을 가라앉힐 뿐이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나는 단지 사랑을 쓸 뿐이다

늘 두고온 세월의 뒷골목에 잊었던

상실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할 뿐이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나는 단지 별의 선율을 쓸 뿐이다

지루하지 않은 들풀에 숨어있는 어둠의 빛을 그릴 뿐이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나는 단지 숨소리를 쓸 뿐이다

하늘의 새근거리는 구름의 나직함과

정당한 색의 산을 채색하는 붓을 들었을 뿐이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나는 단지 내 가슴을 썼을 뿐이다

한때 우울했던 날의 기억을

졸렬함으로 남기지 않기위해 가슴을 토했을 뿐이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나는 단지 사람을 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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