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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평점 :
상처가 곪으면 터지는 법. 여기저기 터져나온 고름을 확인해 볼 시간.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올바른 시민이 되기 위해 언제 그리고 무엇에 얼굴이 화끈거려야 하는지 말하는 책입니다.
사회학자의 쓴 소리 한 마디... "부끄러운 줄 아세요.... ?!"
부끄러움과 염치(부끄러움을 아는 마음)를 상실한 사회를 고발합니다.
근래 뉴스를 통해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왜 지금일까요. 가해자는 별일 아닌 듯 묻으려 했고, 피해자는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 호소했습니다.
법을 다루는 검찰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었고, 그 일이 8년 전에 벌어졌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조직 내에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서 뉴스에 제보할 수밖에 없었던 검사는, 폭로했다는 이유로 2차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후 문화예술계에서도 성추문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갑질 논란이 많았는데 성추행까지 저질렀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휴우~~ 한숨 나오는 책입니다. 이 책 속에는 뉴스에서 나올법한 내용들이 수두룩합니다.
층간소음을 유발하고도 뻔뻔하게 구는 사람부터 장애인, 성 소수자, 살찐 사람에 대한 차별이나 여성 혐오 발언과 행동을 마구 해대는 사람들... 그 중에는 저자가 비정규직 대학 강사여서 당했던 일들도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 낯설지 않은 사례일 것입니다. 일하는 분야만 다를뿐 어딜가나 상종하고 싶지 않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횡포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게 우리 사회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부당하고 잘못된 일들이 워낙 숱하게 벌어지다보니 아무도 낯설게 느끼지 않는다는 점. 뭐지, 이 불편한 익숙함은? 뉴스에 등장해야만 그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그 전까지는 관행이며 조직문화일뿐.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문제는 알겠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프롤로그에 미리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회학적 자기계발서다"라고. 다시 말하자면 정확한 대안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도 괜찮지 않은 개인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끄러움 불감증 사회를 만든 건 우리 자신입니다. 그러니까 좀더 나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면 스스로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부끄러울 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안타까운 건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들이 읽지 않을 것 같아서, 결국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됩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무난하게 하려면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쥐어짜야 하는' 경멸할 만한 삶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야 된다. ... 이런 살벌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절망적이지만 피해갈 수 없는 마지막 물음이다. 제대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실천을 통해 조금씩 나아져야 할까?
... 사회학적 현상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내 책들은 개인이 '해야 될 일'을 제시하지 않는다. 개인의 역할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라, 자칫 '대단한 결심을 하고 살아갈 수 있는 자들'에게만 국한된 해결책일 수 있기에 주저한다." (207-20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