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본 살인사건 스코틀랜드 책방
페이지 셸턴 지음, 이수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포근한 추리 소설(cozy mystery)라는 장르가 있다고 하네요.

추리 범죄 소설이라면 당연히 떠올릴 만한 끔찍한 장면이나 묘사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을 것 같네요.

바로 <희귀본 살인사건>.

이 책의 원제는 '갈라진 책등(The Cracked Spine)'이라고 해요. 양장본 책의 제본 부분이 자꾸 꺾이다가 갈라져버린 모습을 뜻한대요.

주인공은 미국 캔자스 출신의 20대 여성 딜레이니 니콜스예요. 첫 직장인 박물관에서 일하다가 갑작스레 정리해고를 당하고, 우연히 구인 광고를 통해 스코틀랜드로 취업 이주를 하게 돼요. 그야말로 일상 탈출을 시도한 거죠. 희한한 건 딜레이니가 자신이 일하게 될 고서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그냥 직감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떠난 거죠. 이부분이 뭔가 두근두근 설레는 모험 같아서 좋았어요.

딜레이니가 일하게 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고서점 '갈라진 책'은 나이가 지긋한 귀족 느낌의 에드원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직원은 일흔에 가까운 로지와 시간제 알바로 일하는 열아홉 살의 햄릿뿐이에요. 첫날부터 에드윈은 딜레이니를 데리고 비밀스러운 경매 모임을 참석해요. 에드원의 여동생 제니도 그 모임에 올 예정이었는데 다음날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돼요. 사실 에드윈은 여동생 제니에게 근래 경매 모임에서 낙찰받은 2절판을 맡겨두었는데, 제니는 살해되고 2절판은 사라진 거예요.

여기서 2절판이란, 셰익스피어의 첫 작품집 초판본을 뜻해요. 책 제목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역사극, 비극』으로, 셰익스피어가 죽고 난 후 1623년에 두 명의 친구에 의해 전지의 반인 2절지 크기에 630쪽 분량으로 간행되었고, 서른여섯 편의 희곡이 실린 최초의 셰익스피어 전집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초판 2절본(First Folio)라고 불린대요.

옮긴이 후기를 보면서 2절판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었어요.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책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이 소설은 주인공 딜레이니의 관점에서 사건을 추적하게 돼요. 어쩌다보니 딜레이니는 고서점 직원에서 탐정이 되어버린 거죠. 도대체 누가 왜 무엇때문에 제니를 죽인 걸까요?  주변 사람들 모두가 용의자인 셈인데, 특히 에드윈은 딜레이니와 직원들에게 2절판에 대해서 경찰에게 말하지 말라고 해요. 비밀 경매 모임에 나온 물건들이 불법적인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비싼 희귀본 2절판을 갖고 있던 제니가 살해되고, 2절판은 사라졌으니 범인의 목적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어요. 돈!

소설의 분위기는 주인공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딜레이니 덕분에 추리 소설 특유의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가 싹 사라진 느낌이에요. 다소 긴장감은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우리에겐 매력적인 딜레이니가 있다는 점. 암튼 살해당한 피해자 제니의 사연보다는 살인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잘 그려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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