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납치하다 인생학교에서 시 읽기 1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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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詩는, 낯선 땅과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건 친절한 안내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류시화 시인.

오랜만에 시집을 펼쳤습니다.

<시로 납치하다>는 류시화 시인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5년 동안 '아침의 시'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던 시들을 해설과 함께 엮은 책입니다.

한 권의 시집 속에 수많은 시인들이 쓴 시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그 시에 대한 류시화 시인의 이야기가 있어서 더 좋습니다.

시詩라는 낯선 땅에서 이방인처럼 헤매는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일입니다.


 납치의 시


                         니키 지오바니


시인에게

납치된 적이 있는가.

만약 내가 시인이라면

당신을 납치할 거야.

나의 시구와 운율 속에

당신을 집어넣고

롱아일랜드의 존스 해변이나

혹은 어쩌면 코니아일랜드로

혹은 어쩌면 곧바로 우리 집으로 데려갈 거야.

라일락 꽃으로 당신을 노래하고

당신에게 흠뻑 비를 맞히고

내 시야를 완성시키기 위해

당신을 해변과 뒤섞을 거야.

당신을 위해 현악기를 연주하고

내 사랑 노래를 바치고

당신을 얻기 위해선 어떤 것도 할 거야.

붉은색 검은색 초록색으로 당신을 두르고

엄마에게 보여 줄 거야.

그래, 만약 내가 시인이라면

당신을 납치할 거야.



류시화 시인은 시로 사랑을 납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젊은 날의 뼈아픈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시집을 펼쳐든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시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시를 읽고, 음미하고,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시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류시화 시인은 이 시들을 밤에 읽기를 권합니다. 작은 조명 아래서 모두 잠든 사이에, 혹은 아무도 없는 한낮의 시간에. 시는 그렇게 만나야 영혼에 열기를 지핀다고.

공감합니다. 깜깜한 밤 작은 불빛이 주는 은밀한 속삭임... 시는 그렇게 만나야 합니다.


"이 시집을 펼쳐 읽는 순간, 조심해야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부터 프랑스의 무명 시인, 아일랜드의 음유 시인, 노르웨이의 농부 시인과 일본의 동시 작가가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그럼 당신은 시의 해변에서 홀로 비를 맞아야 하고, 감정의 파도로 운율을 맞추며 시의 행간을 서성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인들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인생은 물음을 던지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시인이 될 수 없다면 시처럼 살라.'고. "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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