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아난드 딜바르 지음, 정혜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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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소설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눈을 떴을 때, 어제와는 180도 다른 상황에 처했다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황은 무엇일까요?

주인공 '나'는 사고를 당했고, 며칠 간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의식은 돌아왔지만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병상에 누워 있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식물인간'이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상상하기 힘듭니다.

어쩌면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상상을 하고 싶지 않아서 상상마저도 거부감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주인공 '나'에게 빠져들었습니다.

그가 처음 느낀 감정은 절망감이었고 그다음은 공포였습니다. 점점 시간이 흐르자 무기력해졌고 그것은 서서히 증오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의식은 깨어 있으나 주변 세상과는 철저하게 고립된 상태에서 그는 제발 누군가 좀 도와달라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냥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아무려나 당분간 은 그러고 있어야 할 테니."  (19p)

...

"이봐, 난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외에는 말할 수가 없어... 아마도 나중에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될 거야." (20p)

주인공 '나'의 내면에서 튀어나온 목소리는, 여자친구 라우라가 종종 말했던 영혼의 안내자, 자신의 '깊은 영혼'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게 끝났다고 느꼈던 그 순간에 목소리가 들렸다는 건 천만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 목소리 덕분에 주인공 '나'는 약간의 안정감을 느끼면서 점차 몰랐던 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희망을 말할 때는 가장 절망에 빠졌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 '나'가 겪고 있는 불행은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놀라운 반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충격을 줍니다. 멀쩡하게 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갇혀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깨달음... 온갖 핑계를 대며 바뀔 수 없다고 스스로 포기했던 건 아닌지. 주변 목소리에 신경 쓰느라 내면에서 울부짖는 목소리를 외면했던 건 아닌지...

누구나 힘든 일을 겪지만 그것 때문에 불행할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은 누군가 내게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선택일 뿐이라는 것.

아난드 딜바르는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라고.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면, 그 삶을 즐기라고.

이 소설은, 마치 우리 내면의 목소리가 건네는 메시지 같습니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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