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엄청 흥미로우나 꽤 두꺼운 책.

바른 자세로 앉아서 볼 때도 독서대가 아니면 팔이 아플 정도.

혹시나 누워서 이 책을 들고본다면 절대 잠자기 전에는 피할 것. 책이 무기가 될 수도... 하지만 그 전에 팔이 아파서 자세를 바꾸게 됨.

중요한 건 책이 아무리 두껍고 무거워도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는 것. 한 마디로 재미있으니 추천합니다.

<망내인>은 인터넷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우선 저자 찬호께이가 풀어가는 스타일이 마음에 듭니다. 각 인물의 입장과 생각을 자세하게 알려줘서 좋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지는 않지만 최종적으로는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책 맨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니, '해석의 권리는 독자에게 남겨두고자 한다'고 되어 있는데, 저는 이미 충분한 설명을 들어서 다른 해석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한국판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같습니다. 아니, 현대판 <셜록> 같기도 합니다.

<망내인>은 한 소녀가 투신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하는 길인데,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수십 명의 사람이 몰려 있습니다. 남의 일에 끼어 구경하는 걸 싫어하는 아이는 그냥 지나칠 상황인데 옆집 아주머니가 다가와 말폭탄을 쏟아냅니다. 그와중에 '동생'이라는 단어가 들립니다. 아파트 앞 시멘트 바닥에는 흰색 교복을 입은 십대 소녀가 피웅덩이 속에 누워 있습니다.  '샤오윈과 같은 교복이네.' 이것은 아이의 머릿속에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 그리고 곧 그 소녀가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 샤오윈임을 발견합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어우야이'로 중국에서는 '아' '샤오' 등을 이름자 앞에 붙여서 친근하게 부른다고 합니다. 소설에서도 '어우야이'는 '아이'로, 그녀의 동생 '어우야윈'은 '샤오윈'으로 부릅니다. 계속 '아이'라는 이름이 우리말 '어린 아이'로 연상되어서 헷갈렸습니다. 소설이 이렇게 길지 않았다면 끝까지 적응 안 될 뻔.)

아이는 동생이 절대로 자살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게시판에서 동생을 악의적으로 매도한 글을 확인하게 됩니다. 문제의 게시글을 쓴 사람이 샤오윈을 죽인 살인자라고 생각한 아이는 모 탐정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모 탐정은 게시글을 쓴 사람이 가상 인물이라면서 진짜로 그 글을 올린 자를 알고 싶다면 다른 전문가를 찾아 가라고 알려줍니다.바로 그 전문가는 아녜.

아녜는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복수대행.

아이는 자신의 전재산을 걸고 아녜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그러나 딱 잘라 거절하는 아녜.

우여곡절 끝에 아이의 사건을 맡은 아녜는 소름끼치게 치밀한 전략을 짜서 범인을 알아냅니다. 동생 샤오윈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악의적 게시글을 올린 사람.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났다면 시시하다고 투덜거렸겠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다음부터입니다. 원래 아이가 게시글 작성자를 찾은 이유는 그 사람때문에 샤오윈이 죽었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더 잔인했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과연 진정한 복수일까요? 그렇다면 샤오윈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도 죽어야 합니다.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결말을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주인공 아이가 현명한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멋진 결말입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한 소녀의 자살로 시작하여 복수극으로 끝나는 듯 보이지만 진짜 핵심은 인터넷 세상이 가져온 빛과 그림자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가는데 인간의 양심은 점점 타락해가는 비극 <망내인>. 소설은 끝났지만 우리의 현실은... 씁쓸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