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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마음 - 삶의 태도를 바꾸는 네 글자 공부
김풍기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2월
평점 :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한자가 좋았습니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한자를 배우게 되었을 때, 한자가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만큼 잘 하지는 못했던 게 좀 아쉽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좋아하는 글귀를 적어놓고, 그 의미를 되새김질하곤 합니다.
한자는 뭐랄까, 차분하게 우려내어 마시는 차(茶)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마음>은 사자성어를 소재로 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혹시나 사자성어 때문에, 한자는 어려워서 싫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은 한자책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한자를 몰라도, 싫어해도 괜찮으니까 편안하게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온통 이탈리아어로 적힌 메뉴판을 읽지 못한다고 해도 이탈리아 음식을 음미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듯이.
이 책 또한 사자성어를 굳이 모른다고 해도 그 네 글자에서 비롯된 삶의 이야기는 충분히 음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곱씹을수록 멋진 사자성어에 반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선 맛보기로 책 제목인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마음'과 관련된 사자성어를 소개합니다.

약팽소선 : 작은 생선을 삶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중요하다. - 『노자(老子)』 60장
『노자(老子)』 를 보면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 治 大 國 , 若 烹 小 鮮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이 사자성어를 보면서 단골 매운탕집 주인이 음식을 다루는 정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집 주인은 식탁을 계속 오가면서 손님들이 매운탕에 손도 못 대게 하며, 생선 모양이 으깨지지 않게 잘 익을 때까지 살피더랍니다. 작은 생선을 삶아 보면 알겠지만, 생선 모양에 조금도 흠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생선 매운탕의 경우도 수시로 뚜껑을 열거나 젓가락으로 속을 휘저으면 생선 모양뿐 아니라 맛도 엉망이 되고 맙니다. 생선이 익을 때까지 그대로 두고 기다리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 마음을 빗대어 현재 모든 대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각 대학들이 목표를 위하여 수많은 규정과 새로운 제도를 개발하고 시행하느라 자칫 잘 가고 있는 구성원들을 휘저어대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가요? 종종 지나친 규제와 간섭 때문에 원래의 목표와 어긋나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참으로 신기합니다. 노자는 어떻게 가장 좋은 정치가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라는 걸 알았을까요? 그것도 작은 생선을 삶는 일에서 세상 이치를 깨닫다니.
시대가 바뀌었지만 네 글자에 담긴 고전의 지혜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마음처럼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제 안으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