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면의 시간들 - 무의식 속 즐거움을 찾아가는 길 동시대 예술가 1
최울가 지음 / 인문아트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시대의 예술은 어디에 있나요?

대한민국의 예술은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나 마음대로 즐길 수 없으니까...

미술관이나 전시회장을 찾아야만 예술을 아는 것이라면, 전 예술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술을 자유롭게 누리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늘 언제나.

이 책은 서양화가 최울가님이 2016년 봄에 펴낸 <나는 하이에나처럼 걸었다>의 개정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초판에서 빠진 글들과 그림들이 추가되었고, 제목까지 <선과 면의 시간들>로 바뀌었으니, 개정판이 아닌 새로운 책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화가가 자신의 그림뿐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니, 동시대 예술가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최울가님, 처음 뵙습니다. 이제서야 알게 됐지만 반갑습니다."

어색하고 서툰 인사를 나누듯이 책을 펼쳤습니다.

최울가님의 그림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상상화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독특하게 재구성된 사물들이 화려한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제게는 다소 어지럽게 느껴집니다.

평론가 나카하라 유우스케는 "동굴벽화를 그린 그들의 기술이 오늘날의 최울가의 작품에 살아 있고, 아나키적이고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작품 세계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최울가님의 그림보다 글이 더 와닿았습니다. 그는 뉴욕에서 2000년부터 Black & White 시리즈에 탐닉했던 시절을 '상업적 토템 위에서 만들어진 치열한 경쟁을 이겨야 하는 전쟁터'였다고, 그리고 그 당시의 자신을 '어쩌면 한 마리 하이에나'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2017년의 그림들은 전혀 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는 회화적 놀이에서 FREEDOM이라는 자유의 날개를 단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White Play Series, [Primitive Liberty 1] >과  <White Play Series, [Primitive Liberty 1] >를 보니 수많은 조형들 속에서 유독 얼굴, 눈동자가 또렷하게 보입니다. 부릅뜬 눈동자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정해진 답이 없지만 작품에 대한 화가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떻게 창조된 작품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언어로 인해 우리는 좋고 나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 인간의 모든 행불행은 바로 언어가 우리들의 머릿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어로 인해 죄의식도 느끼고 극적인 희열도 느끼는 일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미래에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것을 알았기에 지금의 회화 작업에 나의 생각을 투영시킬 것이다.

... 이제 나에게 있어서의 조형이나 색, 그리고 면과 선,

그리고 화면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현상들은 더없이 자유로울 것이며,

물리적 아름다움을 캔버스 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38-39p)

책 속에 화가의 작품이 놓여 있는 화실 사진을 보니 실제 작품의 크기가 꽤 커서 놀랐습니다. 이래서 작품은 직접 눈앞에서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나봅니다. 책 속에 실린 그림은 한 페이지 크기로 축소된 것입니다. 제 마음을 끄는 건 그림보다는 그림 속 개, 늑대, 여우, 하이에나를 형상화한 오브제입니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그 자체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화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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