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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자르는 가게 ㅣ 저학년 사과문고 6
박현숙 지음, 권송이 그림 / 파랑새 / 2017년 12월
평점 :
나쁜 기억을 싹둑 잘라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살다보면 정말 이런 상상을 할 때가 있어요. 나쁜 기억 때문에 자꾸 속상하고 울적해지니까요.
<기억을 자르는 가게>는 바로 그런 일을 해주는 곳이래요.
이 책의 주인공 현준이는 동남초등학교 2학년 1반 어린이예요. "현준아~ 네 이야기가 동화책으로 나왔구나. ㅋㅋㅋ 축하해~"
어느날 현준이는 민호랑 동수랑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오줌이 마려운 거예요. 그래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는데, 그때 민호가 현준이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그냥 여기서 누라고 했어요. 화장실까지 가려면 너무 멀다고 말이죠. 동수도 옆에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어요. 다 큰 2학년이 화장실이 아닌 곳에 오줌 눈다는 것이 창피했지만 친구들이 괜찮다고 하니까, 현준이는 학교 건물 모퉁이에 서서 바지를 내렸어요. 민호와 동수도 덩달아 나란히 섰어요. 그러자 현준이가 "누구 오줌이 더 멀리 나가나 시합하자."라고 외쳤어요. 세 친구는 신나서 오줌을 눴어요. 누가누가 멀리 나가나~~ 그때였어요. 모퉁이에서 뭔가 획 나타났어요. 깜짝 놀란 세 친구는 그쪽으로 몸을 돌렸지요. 에그머니나, 눈앞에는 교장 선생님이 서 계셨어요. 오줌발이 교장 선생님을 향해 날아갔고, 교장 선생님의 바지는 순식간에 오줌으로 흠뻑 젖었어요.
이 일 때문에 세 친구뿐 아니라 담임 선생님까지 교장 선생님께 엄청 야단을 맞았어요. 당연히 부모님께도 이 일이 알려졌지요. 현준이는 의리 때문에 다른 친구의 잘못을 말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의 얘기를 들어보니 동수가 현준이 때문에 오줌을 눴다고 말했다는 거예요. 이런 배신자~~~ 현준이는 동수한테 화가 났어요. 민호는 나몰라라 했어요. 현준이는 화장실 벽에 "똥수는 거짓말쟁이"라고 크게 썼어요. 똥수 이름 옆에 똥 머리를 한 얼굴도 그렸어요. 그걸 본 아이들이 깔깔 대며 "똥수! 똥수! 똥수!"라고 소리치며 동수를 놀렸어요. 동수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그 모습을 본 담임 선생님께서 화장실에 낙서한 사람은 동수에게 꼭 사과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릴 때는 참 별 거 아닌 일에도 삐치고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남자애들끼리는 서로 주먹다짐을 해가며 심하게 싸울 때도 있고요. 현준이랑 동수처럼.
어쩌죠? 현준이는 걱정이 됐어요. 내일까지 동수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 날, 현준이는 학교에 가기 싫었어요. 터벅터벅 아파트 주변을 맴돌다가, 학교와 반대쪽 큰 길로 걸어갔어요. 골목길을 지나갈 때, 검은 고깔모자를 쓴 아저씨가 빗자루로 길을 쓸고 있었어요. 먼지를 폴폴 날리면서. 현준이는 쿨럭쿨럭 기침을 했어요. 너무 기침이 쏟아져서 눈물과 콧물도 나왔어요. 그러자 검은 고깔모자 아저씨가 현준이에게 물을 마시고 가라면서 가게로 들어갔어요. 이 가게는 그냥 미용실이 아니라 기억을 자르는 가게였어요. 사람들이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준대요. 이렇게 잘려 나간 기억들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동화로도 만들고 영화로도 만들어진대요. 대신 한 번 자른 기억은 도로 물릴 수 없대요. 그래서 현준이는 똥수에 대한 기억을 잘라 달라고 부탁했어요. 검은 고깔모자 아저씨는 가위를 엿장수처럼 찰카닥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빠밤, 빠밤, 빠밤." 주문을 외우는 거 같았어요. 현준이의 머리에 물을 촥촥촥 뿌리고, 싹싹싹 가위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현준이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어요. 아저씨가 졸지 말라고 말해도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잠에 빠져들었어요. 드디어 아저씨가 현준이를 깨웠어요. 다 잘라냈으니 이제 학교에 가라고. 그런데 이상해요. 현준이는 학교 가는 길이 어디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길을 헤매던 현준이는 다시 검은 고깔모자 아저씨 가게로 돌아왔어요. 이럴 수가, 아까 현준이가 머리를 흔들며 잠드는 바람에 아저씨 가위가 살짝 엇나갔었나봐요. 그래서 엉뚱한 기억이 잘려 나간 거예요.
과연 현준이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건 비밀인데요, 이 이야기는 실제 기억을 자르는 가게에서 얻어 온 어느 아이의 기억으로 쓴 책이래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