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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달의 영휴>는 환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루리'라는 이름은, 내 아이의 이름이 될 뻔 했던 추억이 있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 소설에서 '루리'라는 존재는 달처럼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며,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꿈에 나타나 '루리'라는 이름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일곱 살 무렵에 심한 열병을 앓고 나면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과거의 인연을 찾으려고 합니다.
도대체 왜? 읽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루리'는 왜 달처럼 차면 기울고, 다시 차면 기우는 환생을 거듭하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루리'는 내 아이의 이름이 될 뻔 했던 인연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만 내 딸 같은 느낌으로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반면 루리의 아빠였던 오사나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루리의 엄마 고즈에는 딸아이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해서 남편 오사나이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사나이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루리가 성장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아내를 안심시키면서... 무심한 오사나이의 태도 때문인지 그 뒤로 고즈에는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일본 남자와 한국 남자의 소름끼치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내의 침묵을 아무 일 없이 평온한 상태로 여긴다는 것. 그만큼 눈치도 없고,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남편의 전형적인 모습이랄까. 오사나이는 아내가 딸 루리를 걱정할 때도 그저 빨리 대화를 끝내고 텔레비젼 볼 생각만 했습니다. 뭣이 중한지도 모르는 답답한 사람... 쯧쯧쯧... 그러니 운명적인 사랑을 눈앞에 두고도 모를 수밖에...
처음에는 루리의 러브 스토리에 빠져서 오사나이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루리가 사랑했던,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그 남자 때문에 계속 환생하고 있으니까요. 오사나이의 딸 루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엄마와 함께 사랑하는 그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교통 사고로 모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오사나이는 루리의 환생이나 러브 스토리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사나이는 환생을 믿지 않았습니다.
아내 고즈에와 딸 루리가 세상을 떠난 지 15년 후 어느 날, 오사나이는 죽은 딸 루리의 기억을 가진 여자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이 부분이 소설의 첫 장면인데,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아하, 그랬구나... 달의 영휴는 루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참으로 묘한 소설입니다. 진부할 수도 있는 환생의 러브 스토리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특히나 오사나이는, 대한민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마지막 반전은 놀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