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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코의 새 친구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9
카탈린 세게디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12월
평점 :
책표지를 보세요.
활짝 웃고 있는 소년이 보이시나요?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팔코예요. 덥수룩한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네요. 얼마나 말랐는지 바지가 헐렁하네요.
팔코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책을 읽는 아이에요. 이를 닦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아요.
그래서 엄마는 "책 좀 내려놓지 못하겠니? 그러다 또 지각하겠다!"라며 걱정하세요.
<팔코의 새 친구>는 말라깽이 소년 팔코의 특별한 하루를 담은 이야기예요.
팔코는 학교에서 어떤 아이일까요?
안타깝게도 팔코에겐 친구가 없어요. 체육시간에 축구 경기를 했는데, 주장을 맡은 아이들이 각자 자기 편 선수를 뽑을 때, 아무도 팔코를 뽑지 않았어요.
혼자 남게 된 팔코에게 선생님은 나머지 공들을 치우라고 하셨어요.
수학 시간에는 시험을 봤는데, 다른 아이들이 문제 푸느라 진땀을 흘릴 때, 팔코는 이미 다 풀고도 15분이 남았어요. 그때 누군가 팔코에게 쪽지를 던졌어요. 수학 문제가 적힌 쪽지를 던진 건 체육 시간에 주장을 했던 그 남자애였어요. 끝내 팔코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야속한데, 팔코는 쪽지에 답을 적어 다시 던져 줬어요.
미술 시간에는 옆에 앉은 갈래머리 여자애한테 파란 색연필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거절 당했어요. 어쩔 수 없이 호수와 구름을 노란색으로 칠했더니 팔코의 그림을 본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렸어요. 결국 팔코의 그림은 게시판에 걸리지 못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팔코는 주인 없는 강아지 한 마리를 봤어요. 갈래 머리 여자애의 그림 속 강아지와 꼭 닮은 검정 강아지였어요. 그 강아지는 창문에서 떨어진 케이크 조각을 먹고 있었어요. 팔코가 올려다보니 창가에는 작은 여자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옆에는 케이크가 가득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어요. 팔코는 그 여자아이를 보며 웃었지만, 그 애는 못본 척 딴청을 부렸어요.
집에 오자마자 킥보드를 타러 나간 팔코는 놀이터 가는 길에 갈래머리 여자애를 만났어요. 그 애는 "강아지를 찾습니다."라고 적힌 종이 몇 장을 손에 들고 훌쩍거리고 있었어요. 팔코는 킥보드를 타고 조금 전 강아지를 봤던 곳으로 갔어요. 강아지는 아직도 창문 아래에 앉아서 케이크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팔코가 휘파람을 불자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킥보드를 쫓아왔어요. 강아지를 본 갈래머리 여자애는 뛸듯이 기뻐했어요. "고마워, 정말!" 그 애는 팔코에게 색연필을 빌려주지 않았던 일이 미안했어요.
놀이터에 도착한 팔코는 아까 봤던 그 여자아이를 발견했어요. 물방울 무늬 옷을 입은 그 아이는 멀리 서 있었어요. 팔코는 키 작은 그 여자아이를 계속 지켜보았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팔코의 새 친구>는 외톨이 팔코의 어떤 하루를 보여주고 있어요. 학교에서 팔코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예요. 그런데 엄마가 "학교는 어땠어?"라고 물으면, "별 일 없었어요."라고 대답해요. 저는 이 부분이 너무 마음 아팠어요. 팔코에게는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는 일이 일상이 된 거죠. 팔코는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겠지만 친구들의 따돌림 때문에 더욱 책에 빠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만약 보통의 아이였다면 자신을 싫어하는 친구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는 똑같이 모른 척 했을 거예요. 하지만 팔코는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줄 정도로 착한 아이였어요.
혼자 킥보드를 타로 간 놀이터에서 팔코는 그림을 그리던 작은 여자아이를 다시 보게 됐어요. 멀리서 보니 그 여자아이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면 그 아이들을 소리 내어 웃더니 다른 데로 가 버렸어요. 그래요, 그 여자아이도 외톨이였어요. 팔코가 다가가 보니 그 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팔코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어요.
"그림 잘 그리네! 이름이 뭐야?"
"렌카. 넌?"
"팔코. 킥보드 좋아하니?"
렌카는 고개를 끄떡였고, 둘은 신나게 놀았어요. 드디어 팔코에게도 친구가 생긴 거예요. 정말 다행이에요. 진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됐으니까요.
근래에 학교 따돌림 때문에 아파트에서 떨어진 열두 살 아이의 뉴스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어요. 단 한 명이라도 진짜 친구가 있었다면, 부모님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면... 모든 아이들이 누구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일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팔코처럼 언젠가는 멋진 새 친구를 만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