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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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고 난 느낌이 '스며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굳이 나의 말로 옮길 필요를 느끼지 않는 상태.

이런 경우는 소중한 사람에게 슬며서 책을 건네며 "한 번 읽어봐."라는 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기탄잘리>를 번역한 류시화님의 설명입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

인도 벵골 지방의 문예부흥에 중심 역할을 한 콜카타의 타고르 가문에서 태어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는 시인이며 소설가, 화가, 음악가, 사상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잘랄루딘 루미와 인도의 까비르 이후 아시아에서 타고르만큼 널리 읽히는 시인은 없다. 그는 문어체인 고대 산스크리트어에 의존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구어체 문장을 사용해 시문학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또한 민중들 속에서 생활하며 탄생시킨 단편소설들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명의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벵골 지방에는 '바울'이라 불리는 떠돌이 음유 시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거리에서 신과 진리를 이야기하는 시를 노래하며 춤을 추었는데, 타고르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기탄잘리'는 '님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뜻으로, 타고르에게 '님'은 사랑과 기쁨의 대상인 신이고 연인이며 만물에 내재한 큰 자아이다.

타고르는 오늘날까지도 간디와 더불어 인도의 국부로 존경받고 있으며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의 국가는 그의 작사이다.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양 문인들뿐 아니라 아인슈타인과도 교류하였고,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에게 동양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저는 류시화 작가님의 책뿐 아니라 번역한 책도 좋아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번역은 원문의 느낌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기탄잘리> 번역본이 출간되었지만 한 번도 읽고 싶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옮긴이가 류시화님인 걸 보고 끌렸습니다.

무엇보다도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을 설명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타고르의 사진과 그의 그림들을 통해서 타고르의 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인이 누구인지 모른채 시를 읽을 때는 단어들이 시 안에 갇혀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알고 시를 읽을 때는 시가 곧 생생한 삶으로 느껴집니다.


                  81 Ω

  헛되이 지나 보낸 많은 날들을 생각하며, 나는 잃어버린 시간들을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님이여, 그것들은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내 생의 모든 순간순간을 당신의 손으로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물의 깊고 내밀한 곳에 숨어서 당신은 씨앗을 싹트게 하고, 봉오리는 꽃을 피우게 하고, 꽃은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합니다.

 피곤에 지친 나는 나른한 잠에 들면서 모든 일이 정지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 나는 내 정원이 꽃들의 기적으로 가득찬 것을 보았습니다. (114p)


타고르의 시는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여줍니다.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는 뚜렷하고 명확한 '그것'이 아니라 각자 마음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느꼈으나 나의 말로 표현하질 못하겠습니다.

타고르는 자신의 시를 난해하다고 지적하는 비평가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시를 쓰는 것이 어떤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가슴이 느끼는 것이 언어로 표현될 때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내 시를 읽고 그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나는 당혹감을 느낀다. 그런 사람에게는 시는 꽃향기와 같아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맡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186p)

얼마나 멋진 비유인가요, '시는 꽃향기와 같다'는 말. 

그래요, 요즘의 우리는 꽃향기를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고르가 남긴 아름다운 꽃향기를 그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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